LINN(린) Akurate DS/3 – DS의 놀라운 진화, 소스기의 개념을 바꾸다

린(Linn)이란 메이커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전설적인 턴테이블과 CDP를 떠올린다. 바로 LP12와 CD12.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쪽에서 정점을 찍은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DS 시리즈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처음으로 클라이맥스 DS라는 네트웍 플레이어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생경하게 느꼈다. 당시만 해도, 소스기라고 하면 LP나 CD와 같은 패키지 미디어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형체가 없는 무엇인가를 허공에서 포착해서 플레이한다? 좀 SF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 왜 인기 있는 CDP를 여럿 생산하는 린에서 갑자기 스트리밍쪽에 관심을 가졌을까?
이제 시대가 10여 년 지난 지금, 그래, 역시 린이 맞았어,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세는 어느덧 스트리밍 시대가 된 것이다. 바로 그 주역 중의 하나가 타이달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다소 끊김이 있고, 레퍼토리도 보잘 것 없었지만, 어느새 여러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고 또 다양한 음반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리스트를 훑다보면, 솔직히 이것 하나면 굳이 음반을 모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음반 가게를 기웃거리고, 다양한 나라에서 사 모은 CD가 이제 무슨 소용이 있나,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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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LP와 CD를 사는 분들은 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LP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CD는 어느 정도는 현상 유지하고 있다. 대신 다운로드가 급격히 줄었다. 즉, 다운로드를 스트리밍이 가져간 것이다. 이미 린은 10여 년 전부터 이 상황을 예견했던 것이다.
당시 린은 사운을 건 결정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즈음 동사의 엔지니어로 있던 창업자 아이버 티펜부룬의 아들 길래드의 소박한 의문 때문이었다.
 “만일 클라이맥스 DS가 CD12보다 음이 낫고, 앞으로 스트리밍쪽이 디지털에서 대세라고 하면, 왜 아직도 CD12나 다른 CD 플레이어를 사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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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참 모순된 상황이다. 어떤 방패든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는 방패를 동시에 파는 격이다. 이때 과감히 그들은 CD 플레이어를 포기한다. 지금도 동사의 프로덕트 리스트에 CDP는 없다. 이 역시 시대를 한참 앞서간 판단이었다.
또 새천년에 들어와 린의 행보는 정통적인 분리형 오디오 시스템이 아닌, 일종의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간편하면서 핵심을 찌르는 제품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즉, DS를 중심으로 여기에 프리 기능까지 담고, 한편 스피커는 액티브화시키면서 여러 음향적 요소를 고려한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동사는 자사의 액티브 스피커를 인티그레이티드 스피커라 칭한다.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본다.
이럴 경우, 단 두 개의 컴포넌트로 시스템을 꾸밀 수 있다. 요즘처럼 되도록 공간을 비우고, 쓸 데 없는 물건을 치우는 미니멀리즘 운동이 강한 때, 제일 적합한 컨셉이 아닐까 싶다. 이 또한 시대를 한참 앞선 혜안이라 하겠다. 물론 전통적인 프리앰프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 많은 메이커에서 이런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다.
각설하고, 그럼 이번에 만난 제품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주인공은 바로 어큐레이트 DS3. 여기서 잠깐 DS 시리즈의 개괄적인 내용부터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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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클라이맥스 DS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스트리밍 플레이어의 스타트를 끊은 린은, 현재 두 개의 시리즈를 운용하고 있다. 하나는 클라이맥스로, 당연히 플래그쉽에 해당한다. 단, 이 시리즈를 구매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그 밑으로 아큐레이트 시리즈를 런칭하고 있다. 굳이 시스템이 거창하거나 큰 시청실을 확보하지 않은 다음에야 대부분의 애호가는 아큐레이트 시리즈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아큐레이트 시리즈는 두 제품이 런칭되고 있다. 바로 DS와 DSM이다. 둘 다 네트웍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지만, 그밖에 여러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DAC와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네트웍 플레이어에 충실한 DS와는 달리, DSM은 여러 디지털 인풋이 있고, 서라운드 사운드와 관련된 솔루션도 갖추고 있다. 심지어 해드폰 앰프도 있다. 당연히 다기능의 DSM을 주목하겠지만, 오로지 타이달 정도에 만족하겠다고 하면 DS가 추천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DS가 더 인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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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DS의 주요 성능 중 하나가 바로 DAC다. 린으로서는 4세대째에 해당한다. 최초로 CDP를 냈던 1991년, 이른바 누머릭이란 제품으로 이쪽 분야에 출사표를 내건 린. 이후 98년에 이미 전설이 된 CD12로 업계를 놀라게 하더니, 2007년 클라이맥스 DS를 내면서 새롭게 스트리밍쪽에 진출했다. 즉, 각각의 DAC는, 뭔가 의미가 있는 제품에 차례차례 탑재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나온 4세대째 DAC는 카탈리스트(Katalyst)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입력된 음성 신호를 처리하면서 최대한 노이즈를 억제했고,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확성을 훨씬 더 높였다. 무엇보다 전원부에 많은 물량 투입이 이뤄졌다. 그 결과, 음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마스터 클록의 경우, 독자적인 전원부를 갖추고 있다. 당연히 린의 스피커와 매칭할 수 있는 액잭트(Exakt) 단자를 갖추고 있다. 만일 스피커가 액티브 타입이 아니라면 중간에 액잭트 박스를 개재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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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히 CD를 포기하고 스트리밍쪽으로 건너온 린의 생각은 이렇다. 바로 음질 때문이다. CD는 아무리 개선을 해도 태생적으로 16/44의 포맷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스튜디오의 경우 24/192 사양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런 스튜디오 마스터를 CD로 전환하면, 당연히 정보량이 줄어든다. 온건히 스튜디오 마스터를 재생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스트리밍쪽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 전략이 얼마나 적절했는지는 지금의 시장 상황이 대변하고 있다.
아무튼 현재 카탈리스트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이미 클라이맥스 DS를 쓰는 분들은 이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최근에 나온 아큐레이트 DS 3도, 이전 유저들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하고 있다. LP12 때도 그랬지만, DS도 일종의 모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DAC쪽에 변화가 있으면, 당연히 교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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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10년 전에 산 클라이맥스 DS에다 최신 DAC를 붙여서 현역기로 쓰고 있는 현상이 보이며, 이번 아큐레이트 DS도 마찬가지. 대략 추측해보면 기존 유저의 80%가 업그레이드의 길을 간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또 그런 서비스를 과감하게 실시하는 린이라는 메이커는 기본적으로 매우 소비자 친화적인 회사라 찬사를 보내고 싶다. 단, 아큐레이트의 경우 두 달치 예약이 밀릴 정도로 전세계에서 많은 요청이 오는 중이라고 한다. 사실 최신 버전에는 DSD 파일을 커버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부분도 크게 어필하지 않았을까 싶다. 곧 룬도 서비스 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처음 1973년, 당차게 LP12를 들고 나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린. 실제로 이 제품은 영국에서 생산된 최고의 제품이라는 평도 들었고, 오디오 역사를 빛낸 전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진화에 진화를 거듭, 이제는 디지털쪽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본 기이며,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당연히 LP12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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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제품은 디지털로 LP12라는 아날로그의 유산을 계승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빼어난 해상력과 엄청난 정보량에서, 처음 LP12를 듣고 놀랐던 기억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그런 면에서 과감한 변신을 이룩한 것같지만, 어디까지나 자사의 전통을 이어가는, 이른바 온고지신의 미덕을 잘 이해하고 있는 메이커인 셈이다.
한편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매킨토시의 신작 MA252를, 스피커는 바워스 앤 윌킨스의 804 D3를 각각 사용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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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는 이제 3세대째에 해당하는 진화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전작과 AB 테스트하면 고작 몇 분안에 승부가 판가름날 정도. 이제 CD 재생을 그만두고 스트리밍으로 가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좋은 음을 들려줬다.
 
Written by 이 종학(Johnny Lee)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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