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을 품은 에어, QX-5 Twenty 로 비상하다 – 에어 QX-5 Twenty

콜로라도 볼더에서 불어온 에어의 바람은 국내 오디오파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발론 어쿠스틱이라는 스피커를 만들었던 장본인이지만 에어 어쿠스틱을 설립해 단시간에 하이엔드 씬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 에어라는 친구와 마주하게 된 것은 그들의 초창기 제품 중 하나인 K-3 프리앰프와 V-3 파워앰프였다. 전혀 생소했지만 해외에서의 호평 때문에 항상 궁금했던 제품. 운 좋게 나의 품에 안긴 에어 어쿠스틱 앰프는 브랜드만큼이나 생소하며 동시에 매력적인 소리로 보답했다. 당시 토템 마니2 같은 아이소배릭 우퍼를 맛깔나게 두드렸다. 대출력에 댐핑만 높은 앰프처럼 빽빽하지도 않았고 내부는 무척 간결한 회로였다. 하지만 어떤 수선도 떨지 않으며 이것이 소스 기기로부터 받은 가장 순수한 소리라는 듯 어떤 스피커든 사뿐히 제동해냈다.
QX-5 Twenty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을까 새로운 소스기기 하나가 나왔다. 나에게 배달되어 온 제품은 과거 에어 QB-9을 또는 그 이전에 에어 앰프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상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반듯한 디자인에 부드럽게 가공한 섀시의 헤어라인, 오목하게 들어간 콘트롤 네비게이션, 중앙의 커다란 디스플레이는 무척 진지하며 깊은 눈을 가진 친구처럼 나를 반갑게 응시했다.
QX-5 Twenty 는 그렇게 약 일주일 동안 나와 함게 동거 중이다. 처음부터 이 친구는 너무나 순종적이며 착실한 모범생처럼 시스템 안에 자리잡았다. 어떤 말썽도 부리지 않았고 처음 연결하고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치는 동안에도 어떤 트러블이나 불편한 동작을 보이지 않는다. 거의 플러그 & 플레이 수준의 합리적이며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덕이다.
에어가 오랜만에 내놓은 레퍼런스급 디지털 플레이백 QX-5 Twenty 는 기본적으로 USB DAC 이면서 네트워크 플레이어고 수준급 프리앰프단과 헤드폰단을 내장하고 있다. 시디피 기능은 과감하게 삭제되어 있으며 오직 음원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그 동안 에어 어쿠스틱은 최상위 R시리즈의 Twenty 버전을 발표했고 차 상위 플래그십 라인업 5시리즈 또한 모두 Twenty 기념작으로 업그레이드를 마치며 막강한 하이엔드 플랫폼을 구축했다. 뿐만 아니다. 닐 영의 Pono라는 포터블 플레이어 디지털 섹션을 설계해주기도 했고 자체적으로 Codex 라는 데스크탑 헤드폰앰프 겸 DAC를 출시해 호평을 얻었다.
QX-5 Twenty의 출시는 어쩌면 이미 나왔어야 할 제품이었다.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지금 많은 에어 어쿠스틱 팬들은 완벽한 음원 스트리밍 솔루션을 다른 메이커가 아닌 에어로부터 소구했다. 결과는 환영할만한 형태로 완성되었다.
우선 DAC 섹션을 살펴보면 그토록 기다렸던 ESS Sabre 시리즈의 새로운 레퍼런스급 칩셋이 출시되었고 QX-5 Twenty 에 전격 투입되었다. 바로 ESS 테크놀로지의 ES9038PRO 칩셋이다. 현재 델타 시그마 타입 상용 칩셋 시장을 선봉에서 이끌고 있는 대표주자는 아사히 전자와 ESS 다. 이 중 아사히는 AK4497EQ 로 그리고 ESS 는 ES9038PRO 칩셋으로 왕좌의 싸움 중이다. 에어 어쿠스틱은 ESS9038PRO 칩셋을 탑재했는데 이 칩셋은 32bit 하이퍼스트림 기술을 사용해 122dB THD+N을 확보했고 다이내믹레인지는 무려 140dB까지 기록적으로 상승시킨 ESS 의 최상위 칩셋이다.
여기에 클럭은 새롭게 Marion 사와 손자고 개발한 초정밀 크리스탈 오실레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독자적인 FPGA 설계를 통해 미니멈 페이즈 필터를 구현했고 입력단은 USB에서 AES/EBU 두 개, 옵티컬 세 개 그리고 S/PDIF 세 개 등 매우 풍부하게 마련해놓고 있다. 싱글 패스 16X 오버샘플링 방식을 구현했고 이더넷 단자를 마련해 네트워크 스트리밍 뿐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대응 가능하다. ES9038PRO라는 최신 레퍼런스급 칩셋 덕분에 디지털 입력단이 소화할 수 있는 포맷은 다양하다. USB 입력단의 경우 PCM 16bit/44.1Khz 에서부터 384kHz 까지, DSD 는 DoP 방식으로 DSD64에서 DSD128까지 대응한다. 한편 네트워크 스트리밍 방식에서는 24bit/192kHz PCM, DSD64까지만 대응하고 있다.
에어 어쿠스틱스의 모든 제품에서 아날로그 회로는 계속해서 꾸준히 진화시켜온 기술들이 일관적으로 적용된다. QX-5 Twenty 도 예외가 아니다. 우선 피드백을 걸지 않는 제로 피드백 설계에 풀 밸런스, 풀 디스크리트 서킷을 구현해 음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설계 형식을 구현했다. 그리고 Twenty 버전에만 적용되는 특징, 바로 출력단에 무려 다이아몬드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이 외에 에어의 독보적인 기술 중 Equilock 서킷 그리고 100스텝에 이르는 정교한 볼륨이 내장되어 있다. 전원부는 에어 어쿠스틱의 독보적인 전원단 설계가 빛나는 리니어 전원부가 투입한 모습이며 전원 컨디셔너에 RFI 필터를 적용하고 있다.
출력단은 싱글 엔디드 RCA 출력에서 2.25Vrms, 밸런스드 XLR출력으로 4..5Vrms를 출력해 밸런스 출력이 정확히 두 배 더 높은 라인 레벨 출력을 가진다. 재미있는 것은 Pono 또는 Codex를 통해 진화한 헤드폰단의 적극적인 어필이다. 전면에 무려 네 개의 헤드폰 출력 터미널이 보인다. 좌측의 3.5mm 와 6.4mm 싱글 엔디드 커넥터 외에 우측에 3.5mm 두 개를 마련해 밸런스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셋업 & 인터페이스
QX-5 Twenty 는 겉으로 보기에는 버트 두 개와 우측의 네비게이터 하나 등 매우 간결해 보이지만 무척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것은 좌, 우 두 개 버튼을 통한 헤드폰, 라인 레벨 출력 선택은 물론 입력 활성, 비활성화, 고정 출력 및 가변 출력 등 매우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다. 하위 메뉴로 들어가면 각 입력단의 이름을 지정할 수 있고 무선 랜와 유선 랜 설정 및 리셋, 펌웨어 업데이트까지 시스템 셋팅에 관한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다. 심지어 워드 클럭 출력까지도 세팅할 수 있다.
무척 다양한 기능 중 흥미로운 것은 레퍼런스 레코딩스와 퍼시픽 마이크로닉스가 만들었던 HDCD 포맷에 대한 지원이다. 리핑한 음원 중 HDCD 디코딩이 적용된 음원의 경우 전면 디스플레이에 ‘hd 44’ 로 표기된다. 더불어 샘플링 레이트 앞에 ‘Pre’ 라는 글씨가 표기될 경우 ‘pre-emphasis’ 가 적용된 레코딩 음원이라는 뜻이다. 최신 디지털 기기 중 이런 장비는 처음인데 그만큼 에어 어쿠스틱이 디지털 레코딩 역사의 제반에 대해 폭넓게 포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 룬랩스 (Roon Labs)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룬랩스(Roon Labs) 지원이다. 물론 UPnP 프로토콜을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UPnP 기반 리모트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에어 어쿠스틱에서는 “mconnect control HD” 앱을 추천하고 있다. 이 앱을 통해 Tidal 및 Deezer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활용이 가능하며 Spotify Connect 는 Spotify 앱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즐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룬 랩스의 지원이 가장 반갑다. 내가 최근 사용하고 있기도 하며 가장 빠른 브라우징과 간단하면서도 매우 뛰어난 음질, 편리한 세팅, 유지, 관리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또한 ROON READY 제품의 경우 룬랩스의 독보적인 RAAT 프로토콜을 활용하므로 음악 전용 플랫폼의 음질적 이득도 크다. 셋업은 다인 컨피던스 C4를 중심으로 플리니우스 분리형 앰프를 활용했고 룬랩스 앱을 아이패드 에어를 통해 제어하면서 이루어졌다.
총 평

찰스 한센이 만든 장비들은 기구적으로나 회로 구성, 소프트웨어 등 어디를 보아도 군더더기가 없다. 매우 다양한 포맷과 복잡다단한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도 꼭 필요한 것만 취사선택하며 더 이상 회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제품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회로 중 음질적으로 해악이 되는 것은 모두 제거해놓았다. 더하기보다 빼기의 미학을 즐기는 결벽증 같은 설계철학이 느껴진다. 대신 소리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는 적극 도입해 꼭 필요한 곳에만 적재적소에 적용하며 최소한 신호경로는 물론 신호 경로의 길이 또한 최소한을 유지한다.
에어 어쿠스틱스 QX-5 Twenty 의 모습 또한 이런 찰스 한센의 완벽 주의적 면모가 깊게 반영되어 있다. 단 하나 부족한 것이라면 아직 자체적인 리모트 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에어는 현존 최고의 음원 라이브러리 관리 및 재생 소프트웨어 룬(ROON) 으로 풀어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QX-5 Twenty은 룬랩스에서 RAAT 인증을 받은 제품이기에 네트워크 스트리밍에서 룬은 자동으로 잡히며 무척 쾌적한 환경을 곧바로 제공해준다. QX-5 Twenty 는 DAC 와 스트리밍 기능이 하나의 몸체에 공존하고 있는 디지털 플레이백 가장 돋보이는 제품 중 하나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디지털 기기 중 룬을 제공하면서 이 정도 품질을 가진 제품은 현재 거의 유일하다.
출처 : 상기리뷰는 Fullrange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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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re(에어) QX-5 Twenty 네트워크 플레이어 / DAC14,9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