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디오(Simaudio) MOON EVOLUTION 780D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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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앤드. 누구나 꿈꾸는 선망의 대상이다. 오디오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이앤드란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정점을 말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것은 굳이 비싼 것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브랜드만 좋아서 되는 것도 아니다. 분명 하이앤드라는 것은 정체성이 분명해야 되며 추구하는 영역이 다른 부분이 존재해야 된다. 아마추어처럼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과거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심오디오에 대한 하이앤드 유저들 사이의 평가를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심오디오의 최근 소스기들을 섭렵해 봤다면 심오디오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심오디오의 DAC 제품들은 모두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탑재가 가능하며 거기다 TIDAL까지 자체 앱에서 지원이 되도록 발전하고 있다. 최소한 심오디오에서만큼은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음질이 더 좋은지 DAC가 음질이 더 좋은지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앞서 나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추구하는 차별화 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심오디오가 과거 언제부터 소스기가 강한 브랜드가 되었을까? 그것은 확실히 경험을 해보고 나면 인정하게 된다는 정도로 일단 운을 띄워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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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디오의 앰프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확연히 절도가 있고 정교하며 또렷하고도 치밀하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소 까칠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이미지 자체가 CDP나 DAC 등을 잘 만들 것이라는 이미지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소스기 시장에서는 분명 디지털 소스기에 국한하여 앰프를 따로 제작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소스기쪽으로만 강한 제작사들이 따로 있기는 하다. 그리고 상당수는 그러한 제작사만이 하이앤드 소스기 시장에서 인정할만 하다는 것도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앰프의 이미지가 강했던 심오디오가 이토록 디지털 소스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디지털 소스기 전문 브랜드의 제품만 사용해 오던 유저들 사이에서는 설마 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판매량을 보면 650D나 750D만으로도 심오디오는 하이앤드급 소스기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380D 까지도 포함하면 그 어떤 하이앤드 제작사보다도 관련 매출이 높은 브랜드가 되었다.

650D가 국내에서는 꽤나 성공을 했고, 과연 심오디오가 650D와 750D를 대체할 후속품을 어느정도로 개발해야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과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번에도 심오디오는 다른 제작사보다 한발 앞서 780D라는 통합 뮤직 센터를 내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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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오디오(Simaudio) 780D 

 

 

 

이앤드라고 불친절하지 않다, WIFI에 블루투스까지 다 된다

 

780D는 650D와는 달리 CDP 기능을 뺀 독립된 네트워크 플레이어이자 DAC이다. 바꿔서 말하자면 DAC에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넣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Apt-X 블루투스 기능과 TIDAL 서비스까지 연동이 되도록 만들었다.

최근의 PCFI 분위기가 단순 DAC를 사용하는 분위기에서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그 분위기가 넘어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단순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을 넘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한 블루투스 스트리밍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음원을 당장에 구하지 못하는 유저들을 위해 TIDAL 등의 별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자체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미리 세팅해 놓는 것이 유행인데, 심오디오 780D는 하이앤드 기종이면서 이러한 서비스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처리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하이앤드 제품이면 원래가 음질을 위해 편의성이나 기능은 희생을 해야 된다는 말들을 많이 듣곤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이야기를 해서도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오디오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MiND App도 버전 웹그레이드가 되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완성도가 대폭 향상되었다. 버전 1.0일 때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심오디오의 MiND가 대외적으로 강하게 어필되지는 못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사용 편의성이 대폭 향상이 되어 이제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관련 APP들이 가장 우수하다는 대표적인 제품들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검색 기능도 세련되고 편리하게 다 바뀌었으며, TIDAL의 사용 편의성도 우수하다. 속도는 본래가 과거 MiND 1.0 APP 때부터 제일 빠른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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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ES9018s를 이용한 최상의 기계적, 전자적 완성도

 

풀밸런스드 구성에 듀얼 모노럴 설계를 통해 기본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구형 대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부품이나 회로도 거의 없다. 거의 모든 부분을 한차원 이상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으며 새로 개발했다. 대표적으로 전원부도 그렇다. MHP라는 새로운 방식의 전원부는 Moon Hybrid Power라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스위칭 방식의 전원부와 고전적인 리니어 방식의 전원부의 장점을 섞어서 작동하게끔 한 것이다. 스위칭 방식은 효율과 스피드가 뛰어난 방식이고 리니어 방식은 아날로그적인 음질면에서 전통적으로 정석으로 여겨지는 방식인데 이런 방식을 하이브리드 작동하게끔 한 방식도 이번이 처음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심오디오측에서는 상당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는 듯하다.

메인 DAC칩은 현존하는 최고의 DAC칩으로 자타의 공인을 받고 있는 ESS사의 ES9018s Sabre32 32-bit Hyperstream™  DAC 칩을 듀얼로 탑재했다. 여기에 DAC 설계에서 빠트릴 수 없는 클럭의 경우도 펨토 클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비슷한 그레이드의 DAC 제품에 들어갈 수 있는 클럭 중에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수준의 정확성을 가지고 있는 클럭임에도 분명하다. 참고로 펨토는 0.000 000 000 001 초를 말한다.

DAC칩이야 ES9018s가 워낙에 유명하다보니 다른 브랜드에서도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데, 심오디오는 650D시절에도 ES9018도 아닌 ES9016을 가지고도 대단한 완성도의 음을 만들어 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650D에는 아예 USB컨트롤러 칩이나 DSP프로세서는 탑재하지도 않고 자체 프로세서 로직을 설계해서 그정도 음을 만들어 냈다는 것인데, 해외에서는 그만큼 심오디오가 ESS사의 DAC칩에 대한 이해도가 좋다고 인정을 하더라는 것이다.

ES9018s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존하는 최고의 DAC칩이라는 것은 맞다. 그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개발/설계하면서 780D를 위해 더블로 탑재를 하고 있는데, 심오디오측에서는 ES9018s에서 끌어낼 수 있는 많은 것을 이끌어 냈다고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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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 차이는 분명하다

 

780D의 음을 순수하게 이해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매칭을 바꿔가면서 테스트하는 것은 기본이며 약간의 에이징도 해봤다. 케이블 바꾸는 것도 당연한 수준이다. 첫 인상이 음의 약간 얇고 가벼운 느낌이어서 앰프까지 얇고 가벼운 성향의 앰프를 물리는 것이 개인적인 취향에는 그다지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앰프 매칭을 그리폰이나 패스 등으로 바꿔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했더니 비로소 놀라움의 사운드가 나를 현혹시켰다. 780D는 스피커든 앰프든 살집이나 음의 풍부함과 여운, 밀도감이나 배음 등을 더해주면 그 정보와 배음의 사이사이에 빛을 발하는 결의 느낌을 더해준다. 이 느낌이 천만원 미만 소스기들과는 비교하기 힘든 확연히 향상된 디테일과 미려함을 제공한다. 물론 이런 멘트는 이보다 더 저렴한 기기들을 소개하면서도 흔하게 많이들 쓰던 멘트이긴 하다. 그렇지만 다른 기기들에 대해서는 어떠어떠한 성향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고 이야기 했다면 780D는 분명 음의 해상력은 누가 듣더라도 청감상 큰폭으로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음을 단순하게 더 선명하고 덜 선명하고의 수준 차이를 뛰어넘는.. 대폭의 하모닉스와 음의 순도를 제공하면서 전체적인 음악의 표현 수위를 한층 높여준다는 점에서 확실히 디지털 음을 표현하는 수준이 한차원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 음색이 구형에 비해 선열하고도 미려한 특성이 대폭 향상되었다. 의외로 냉정한 구석도 있고 기존의 심오디오가 풍기던 이미지에서 확실히 계속적으로 변화되는 음을 어렵지 않게 감지하게 된다. 소스기가 바꿔줄 수 있는 전체 음의 음조나 분위기가 적쟎이 바뀐다. 앰프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최근의 심오디오 소스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정말 많이 다르긴 다르다.

오래된 소스에 대한 음질 향상 효과가 꽤 좋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당연히 650D보다는 확연하게 낫다. 650D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안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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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Look Good To Me

많이들 이용하는 음악인데 이 곡은 재밌게도 1분 10초부터 40초 사이 오른쪽 채널에서 실제 음악에 관여된 소리는 아닌데 뭔가 마찰되는 소리가 난다. 녹음할 때 마이크가 악기의 가까이에 있어서 그런 건지 바람소리와도 비슷한 뭔가 마찰되는 음이 쓱~ 쓱~ 하고 너댓번 정도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정도 가격대 제품 평가를 하면서 유치하고 시시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오른쪽 채널에서 빠른 속도로 뭔가 마찰되는 듯한 소리가 기존 다른 오디오 시스템에서 들리는 것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있고 공기 중에 현장감을 살려준다. 그전에는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던 음이었는데, 780D로 들을 때는 이 음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살려준다. 이 말은 단순히 유치하게 오른쪽 채널에서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던 음이 들린다고 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780D가 그정도로 음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폭을 넓게 가지고 있다는 말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단순히 그 음을 잘 표현해 준다고 해서 좋은 소스기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음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잘 살리지도 못하던 음까지 잘 살리면서 다른 메인 음까지도 너무나 생생하게 살린다는 의미이다.

정말 너무나 많이 들어온 곡인데 확실히 세련되게 들리고 새로 녹음한 것처럼 들린다. 원 소스가 44.1kHz인데 192kHz처럼 들린다는 말을 사용한 적도 있는데, 그 말도 이제는 별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전에 듣던 것보다 확실히 더 분리력이 향상되었고 앞뒤 레이어감이 살아있고 촘촘하고 디테일하며 잘 닦여진 유리나 새로 뽑은 차의 광택을 보는 것처럼 미려하고 깨끗하다.

그 동안 중앙 이미징이 분명치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피아노의 중앙 이미징도 훌륭하다. 좌측은 좌측대로 우측은 우측대로 교감하는 느낌, 질서 정연하면서도 미려한 감촉이 아주 재기발랄하고 센스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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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크롤 – A Case of You

피아노 소리. 본래가 이렇게 미려하고 초롱초롱했었던가? 주변에서 뭔가를 만지면서 들리는 잡음이나 홀톤. 저 구석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모두 잘 들린다. 공기감이 아주 좋다.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린다는 식의 유치 찬란한 표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악을 듣는 재미가 한층 좋아졌다. 내가 아내에게 결혼하면서 선물해준 다이아 반지는 그다지 비싸지 않아서 약간은 누런 색이 섞여 있었다. 다이아가 TV에서 보던거하고는 좀 다르구나~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수준 차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천만원 미만에서 들어왔던 음질이 누런색이 약간 끼어있는 다이아의 느낌이었다면 이정도면 순도가 월등히 높은 투명하게 아무런 색도 섞이지 않은 다이아의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투명하고도 고혹하고 실키하고 자연스럽다.

사실 현재의 매칭 상태에서는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투명하지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다이아몬드에 비유할게 아니다.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지만 투명도의 순도나 막힘 없이 펼쳐지는 스테이징이나 무대감의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유려하고 미려하며 굉장한 예술성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매칭이 무엇보다도 잘 맞아서도 그렇겠지만 확실히 순도가 높고 거침이 없다. 솔직히 매칭된 스피커가 이 정도로 미려한 느낌이나 미려한 음의 펼쳐짐이 좋은 스피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는데 소스기가 달라지니 내가 모르는 힘이 나오는 것도 확인하게 된다. 막힘이 없고 거침이 없다. 그래서 미려하다는 것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천사를 보는 것처럼 미려한 음을 내준다. 그렇지만 마치 동력이 없는 나뭇배를 타고 강을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지극히 은은하고 촉촉하다.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음질의 감동은 확연하다. 그 동안 많이 들어와서 흔하게 느껴지고 지겹고 식상하던 음악들이 모두 새롭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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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sty

아주 흔한 곡이다. 라디오로 들어도 좋은 곡이고 그냥 카오디오로 들어도 좋은 곡이다. 그렇지만 이런 곡을 평소에 들었던 것과는 다른 감성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느끼게 해주는 소스기라면 다르게 칭찬해줄 만하다.

음반을 리마스터 버전으로 새로 산 느낌이다. 리마스터링을 했다 하더라도 동일한 시스템에서 이정도 음질 향상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데 마치 MP3 음을 듣다가 바로 24/96정도의 음으로 바꿔 듣는 듯한 느낌이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 듣는 재미가 새록새록하다.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생동감이 좋다. 유려하면서도 촉촉하고 새벽의 이슬을 맞은 새싹처럼 생동감이 좋고 음의 톤도 아주 적절하게 기분 좋은 느낌이다. 물론 스피커와 앰프를 통한 밸런스를 어느 정도는 잡아줘야 하는 건 필수다. 분명 이것은 전체 음조의 톤이 평소에 듣던 것보다는 약간 높은 듯도 한데 흔히 말하는 토널 밸런스가 워낙 좋은 것이다. 산뜻 발랄한 듯 하면서도 생생하고 신선하다.

과거와는 달리 확실히 딱딱한 느낌이 전혀 없다. 유연하게 이어주는 느낌이 좋으면서도 물과 바람처럼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배음도 풍부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나긋나긋하게 흘러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대단히 정확하고 대단히 해상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확실히 해상력이 좋아지면서도 하모닉스가 굉장히 우수하다. 음악적 감성이 좋은 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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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 –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어떻게 들어도 좋은 음악이지만 종종 이 곡은 피아노 타건 소리가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 게 문제일 때가 있다. 피아노 소리가 무조건 청명하기만 해서 좋은 것도 아닐 것이고 무조건 또랑또랑해서만 좋은 것도 아닐 것이다. 피아노 음은 설명하기 힘들다. 에이리얼어쿠스틱과 피아노 소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 곡의 피아노 소리가 종종 딱딱하게 들릴 때는 이 음이 좀 더 보석에 빛이 반사되는 것처럼 초롱초롱한 느낌이 가미가 되면서 하모닉스가 좀 더 살아나서 예쁘게 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지금 들리는 음이 바로 그런 음이다. 그 느낌이 원음에 가깝냐? 그렇지 않느냐? 는 중요하지 않다. 레코드 음은 실내에서 가장 좋게 들리도록 재생해 주면 그게 일단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테이징이 한결 넓게 들리기도 하며 한결 초롱초롱 예쁘기도 하며, 그 느낌이 마치 사파이어나 에메랄드에 빛이 반사되어 보이는 느낌처럼 하모닉스가 풍부하면서도 이미징의 표현이나 미려함, 유려함이 딱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거기에 소프트한 듯 섬세한 음의 끝의 미세한 떨림까지도 기가막히게 재생해 준다.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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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소파에 몸을 기대고 음악을 듣는 나를 마치 한 장의 가랑 낙엽에 뉘여서 저 아래로 바람따라 떨어트리는 느낌이랄까? 마치 낙엽에 내 몸무게가 개미 한 마리 정도인 것처럼 희미하면서도 손을 대면 와장창 무너져 버릴 것처럼 극도로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이 말은 다른 말로 그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하다는 말이다. 오래된 녹음이고 고음질 음원도 아닌데 이러한 하모닉스나 실크 같은 촉촉함이라는 것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역시 소스기가 음질을 많이 바꿔준다고 할만 하다. 정말 궁극의 촉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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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메스니

평소보다 볼륨을 2나 3정도만 더 올리고 들으면 마치 영화관에서 OST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곡이다. 영화관에서 듣는 듯 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 곡이 장쾌하고 드라마틱한 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심오디오 780D로 듣는 느낌은 거기에 정말로 3미터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 3천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튜브를 연결해 놓고 거기로 피를 전달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나의 표현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좋고 신선하다.

펫메스니의 곡에서는 유독 트럼펫이 많이 나오는데 크라이막스부에서 나오는 이 트럼펫 소리가 때로는 귀를 찌르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심오디오 780D에서는 그 음이 자극적으로 들리지 않고 마치 살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은유적인 표현이다. 실제로는 굉장히 선명하고 전면으로 살벌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격렬하게 재생이 되고 있지만 음의 끝이 창처럼 날카로운 것이 아니라 살벌하게 펼쳐지다가도 음의 끝은 마치 어디로 날릴지 모르는 바람과 같은 느낌이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그 표현력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고혹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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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피를 유기적으로 전달해 주는 느낌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오디오가 5미터 정도의 스테이징을 발휘해 주며 5미터까지는 3천가지 음을 뿌려주고 3미터까지는 2천가지 음을 뿌려준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2천가지 음과 3천가지 음에 각각 피의 전달율이 92%가량 되었었다고 가정하자. 피. 일종의 에너지이자 정보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하자. 피의 전달율이 90%가 넘으면 나쁘지 않은 우수한 수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심오디오 780D는 7미터까지의 스테이징을 발휘해 주며 거기까지 5천가지 음을 전달해 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5천가지 음에 피의 전달율이 97%는 된다고 가정해 보고 싶다. 피의 전달율이 좋기 때문에 그 모든 음의 해상력이 좋으면서 그 모든 해상력의 표현 하나하나에 생기가 살아있고, 그 표현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작용을 하면서 유기적인 자연스러움이 있다. 유기적이라는 말은 기계적이거나 전자적이라는 말의 반댓말이다. 유기적인 자연스러움이 92%에서 97%면 그만큼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과자를 먹을 때보다는 빵을 먹을 때가 그나마 좀 더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보다도 당연히 한국 사람이라면 빵보다는 떡이나 밥을 먹는게 더 유기적이고 더 자연스러운 포만감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 녹색 나물, 빨강색 김치, 갈색 고기, 파랑색에 누렇게 익은 생선, 주황색의 찌개까지 곁들여진 느낌인 것이다. 모든 재료는 최고의 신선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재료들을 가지고 이제 갓 지은 음식들인 것이다. 한국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런 것이지 이런 음의 신선한 느낌은 확실히 신선한 과일에 과도하게 상큼하지 않지만 입맛을 충분히 살려주는 샐러드를 먹는 느낌과도 많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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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마음 속으로 그려온 상상 속의 하이앤드 소스기

 

수년 전부터 이런 기기가 나와주길 바라고 있었다. 음질의 격은 확실히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좋아야 하지만 추가로 다른 기기를 붙이지 않아도 될만큼 최신 기능까지 완벽해야 한다. 하다 못해 블루투스 기능도 안되는 것보다는 당연히 되는게 좋다. 이런 부분에서 이런 고가 기종을 사용하면서 음질이 떨어지는 블루투스 기능을 쓸 일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스마트폰의 음악용으로의 활용 범위가 무궁히 넓어지고 있다보니 WIFI 기능이나 블루투스 기능이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있는 것이 낫더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라디오를 듣더라도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APP으로 재생을 하고 블루투스 기능으로 듣고 있는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블루투스도 숙주 모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음질의 수준이 또 달라진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물론 블루투스 기능이 좋다고 해서 천만원대 소스기를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음질이 확실히 좋다. 짧게 말하자면 음의 해상력과 순도, 표현력의 수준이 어찌나 월등한지. 여기서 말하는 해상력이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순도라는 것은 해상력과는 별개로 그 많은 정보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취향상의 차이겠지만 나는 과거 CDP 시대 때도 당시만 하더라도 가장 고가의 CDP들 중에 마크레빈슨의 CDP 성향을 좋아했었는데 해상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 결감이나 촉감이 차갑게 느껴지거나 과도하게 이탈감만 강조된 음은 전혀 음악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디지털 기기들이 과거의 구형 CDP보다도 해상력이나 분해력은 더 좋아진 부분이 있는데 780D는 그 해상력과 순도의 격차가 대단히 크면서도 단순히 오디오적인 느낌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표현력에 실키한 촉감도 있고 은은한 하모닉스도 있고 반짝반짝 유려한 느낌까지 있고, 어쨌든 밝고 맑은 순도를 동반한 전체적인 표현력의 수준이 대단히 높다. 이럴 때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항상 듣던 음악을 모두 새롭게 다시 들을만큼 음질이 새롭다는 말은 수도 없는 리뷰나 사용기에서 봐왔던 표현이지만 수일에 걸쳐 매칭을 맞춰놓고 듣는 음악들은 정말 말 그대로 흔한 음악도 다시 듣는 재미를 가슴이 뿌듯하리만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혹여 매칭상의 포인트를 한가지 언급하자면, 스피커나 앰프쪽에서 음이 너무 가벼워지고 허전해 질 수 있는 상황이 있다면 본 필자가 느낀 그대로 못 느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오디오 기기는 언제나 음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꾸준히 매칭과 세팅에 힘을 써야 한다.

분명 이정도면 소스기의 메이져라 할 만하다. 심오디오는 본래는 소스기에 명성을 가지고 있던 회사가 아니었고 가격대도 초하이앤드적인 가격대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아마도 다른 소스기 전문 브랜드에서 이정도 성능에 새시를 좀 더 휘황찬란하게 만들었다면 가격이 2천만원은 그냥 넘어가고 최대 3천만원까지 책정했을 수도 있다.

역시나 하이앤드의 길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한 사람이 제대로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780D를 사용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지만, 디지털 소스기가 앞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며 우리 오디오 매니아들이 이런 실력있는 제작사에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역시나 앞으로 더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Specigications

 

Configuration                                                       Fully Balanced Differential
Digital Filter / Digital-to-Analog Converters              ESS ES9018S Sabre32 32-bit Hyperstream™ x 2
Frequency Response (full range)                           2Hz – 100kHz +0/-3dB
THD @1kHz, 0dBFS (A-weighted)                           0.0001%
Intermodulation Distortion                                       0.0001%
Dynamic Range                                                    124dB
Signal-to-noise Ratio                                            124dB @ full output
Channel Separation                                              120dB
Intrinsic Jitter s                                                    150 femto seconds RMS
Analog Outputs – Balanced / Single-Ended            1 pair XLR / 1 pair RCA
Analog Output @ 0dBFS – XLR / RCA                     2.0 Volts
Analog Output Impedance – XLR / RCA                  100Ω
DSD Data Rates                                                   (2.8224MHz), Double (5.6448MHz) & Quadruple (11.2896)
DSD Sample Rates                                               DSD 64, DSD 128 & DSD256 via USB only
PCM Bit-depth range                                           16 – 32 bits (32-bit via USB only)
PCM Sampling Frequency Rates                            44.1 – 384kHz (352.8 & 384kHz via USB only)
Digital Inputs (9)                                                  1 x AES/EBU , 3 x S/PDIF, 2 x TosLink, 1 x USB,
                                                                         MiND: 100Base-T RJ45 Ethernet & IEEE 802.11 b/g/n Wi-Fi
                                                                         and aptX Bluetooth
Remote Control                                                    Full-Function FRM-3
Power Consumption @ idle                                    22 watts
AC Power Requirements                                       100V – 240V / 50Hz – 60Hz
Shipping Weight                                                   35 lbs / 16 Kgs
Dimensions (W x H x D, inches / cm)                     18.75 x 4.0 x 16.8 / 47.6 x 10.0 x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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