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ntosh MA8900 – 매킨토시의 로망을 담은 신작

매킨토시의 신작을 대하는 일은 언제나 흥분이 된다. 외관상의 변화가 없고, 특별한 내용도 들어가지 않은 듯 싶지만, 실제로 꼼꼼히 훑어보면 상당한 진보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매킨토시의 거듭된 진화의 여정이 주는 즐거움을 상당 부분 놓칠 수가 있다.  

여기서 매킨토시에 대해 애호가들이 갖고 있는 선입견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선 매킨토시 하면, 대부분 앰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앰프 메이커로서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위상은 대단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톱 브랜드의 위치를 점유하면서 거듭된 진화로 꾸준히 애호가들을 사로잡고 있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나 매킨토시는 하나의 토털 시스템으로 봐야한다. 다시 말해, CDP, 턴테이블, 튜너 등 소스기부터 앰프 그리고 심지어 스피커에 이르기까지 매킨토시만의 생태계를 갖고 있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매킨토시의 음을 듣거나 그 전모를 파악하고 나면, 이 회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뀔 것이다. 따라서 그냥 단품으로만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뭐가 어떻다 단언하면 곤란한 것이다.

또 매킨토시는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만큼, 공장의 규모나 채용 인원의 수가 방대한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을 잘못 간과해서, 마치 냉장고나 세탁기를 만들 듯, 일정한 컨베이어 벨트로 대량 생산한다는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지레 짐작도 가능하다.

하지만 매킨토시는 제품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과 소재를 직접 만들려고 한다. 트랜스포머는 물론, 블루 아이즈라던가 피니슁 등 복잡한 과정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을 직접 핸들링 하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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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을 결코 기기에 의존해서 조달하지 않는다. 일일이 다 손으로 만든다.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 오랜 세월 다듬어진 요령과 솜씨가 들어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 만든다. 따라서 매킨토시의 모든 제품은 실질적으로 핸드 메이드다. 공장의 규모만 클 뿐, 그 내용은 철저히 수공업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동사의 오랜 생존 비결이 아닐까도 싶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이 출력 트랜스. 동사는 이를 오토포머라고 부른다. 사실 TR 앰프에서 출력 트랜스는 원칙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진공관 앰프에나 쓰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을 과감히 도입하면서 얻게 되는 이득이 많다. 우선 부품의 내구성이 높아지고, 사용 연한이 늘어난다. 만든 지 3~40년이 지난 동사의 TR 앰프가 엄연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바로 이런 오토포머의 역할이 큰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이 음질 열화의 요소라 보는 분들도 많다. 특히, 저역의 댐핑력을 떨어트리고, 전체적인 해상도를 낮춘다고 본 것이다. 물론 아주 예전 기기엔 그런 현상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차근차근 개량이 되어, 새천년에 들어오면 오히려 그 강점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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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스피커의 로드(load)에 대해서 한번 보자. 음성 신호에 따라 이 로드는 계속 변화하고, 앰프에 일종의 역기전류를 보낼 수도 있다. 여기에 대비가 되지 않으면 앰프에 심각한 데미지를 주게 된다.

또 임피던스가 극단적으로 낮은 스피커들, 이를테면 정전형이나 리본 타입이 그런데, 앰프에 클리핑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로 이런 스피커도 오토포머의 작용으로 얼마든지 제대로 구동할 수 있다. 당연히 해상도나 저역의 댐핑 역시 손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따라서 매킨토시의 변화한 모습을 제대로 감지한다면, 다양한 스피커를 매칭하면서 재미있게 오디오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결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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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에 만난 기기는 MA8900이다. 이전에 MA9000을 리뷰하고, 이른바 항공모함급 프로젝트라 쓴 적이 있는데, 그에 비하면 약간 단촐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네 일반 주거 환경을 생각하면, 채널당 200W라는 수치는 결코 작지 않다. 또 매킨토시는 오옴의 변화에도 무관하게 300W의 출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즉, 8오옴뿐 아니라, 4오옴, 2오옴에도 300W가 나오는 것이다. 그간 수많은 앰프를 접했지만, 이런 방식은 매킨토시뿐이라 봐도 좋으리라.

그러므로 스피커에 따라, 통상은 8오옴이지만 4 또는 2오옴짜리도 안심하고 매칭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의외로 간과되는데, 다양한 스피커를 섭렵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본 기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디자인이 아니어서 섭섭할 분도 있지만, 실제로 오디오 랙에 수납하고, 다른 기기와의 밸런스를 생각하면, 이런 전통적인 디자인이 무난하다. 또 가격적인 면에서도 무척 합리적인 것이, 최근 매킨토시가 자랑하는 DAC 모듈이 상급기인 MA9000과 동일하게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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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동사는 DA1이라 부른다. 단품 DAC로 발매해도 상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꽤 파격적이다. 일단 6개의 입력단이 제공된다. 동축 2개, 광 2개 그리고 USB와 MCT가 각각 한 개씩이다.

여기서 동축과 광은 24/192까지 업샘플링된다. USB의 경우 PC와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바, 그 경우 PCM뿐 아니라 DSD까지 커버한다. PCM은 32/384, DSD는 DSD256, DXD384K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MCT가 뭘까 궁금해 할 분이 있을 것같다. 이것은 동사의 MCT500이라는 트랜스포트와 연계할 수 있는 접속단이다. 이 제품은 CD뿐 아니라 SACD도 재생한다. 즉, 전통적인 CD 레드북 스펙인 16/44와 SACD 스펙인 DSD64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CD 혹은 SACD를 읽으면 자동적으로 그에 적합한 DAC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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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격적으로 합리적이면서 튼실한 트랜스포트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므로, 혹 본 기를 구입하면 그 짝으로 MCT500도 염두에 둘 만하다. 또 이렇게 두 개의 기기가 나란히 놓여있으면 소유의 기쁨도 배가가 되리라 확신한다.

여기서 DAC의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8채널분 32비트 사양의 칩이 투입되어 있다. 이것은 레프트와 라이트에 각각 4채널분이 투입되어, 이른바 쿼드 밸런스 모드로 작동한다는 것을 뜻한다. DAC라는 것이, 칩을 투입하면 할수록 아날로그에 가까워진다. 바로 이를 의식한 물량투입이라 하겠다.

한편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폼이 나오는 디지털 분야의 생리상, 아마도 본 기를 구입한 후 잘 쓰다가 디지털쪽에 새로운 제안이 이뤄지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염려할 분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기우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DA1은 모듈 방식이므로, 나중에 새 모듈로 교체할 수 있다. 기본적인 앰프로서의 성능은 계속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극 대응하도록 제품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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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아날로그부를 보면, 매우 풍부한 입력단이 눈에 띤다. 총 9개의 인풋이 제공된다. 그중 RCA가 6개, XLR이 1개며, 포노단으로 MM과 MC가 각각 하나씩 제공된다. 동사는 MT5라는 턴테이블도 제안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LP 취미를 생각하면 별도의 포노 앰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또한 매력적인 옵션이다.

매킨토시는 음질뿐 아니라 내구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를테면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야 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PA용의 딱딱한 음이 아닌, 보다 나긋나긋하고 즐거운 음을 내는 하이파이를 찾을 경우, 대부분 퇴짜를 맞는다. 몇 달 쓰다보면 금세 열화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킨토시가 들어가면 게임 끝. 몇 년이고 별 트러블 없이 쓸 수 있다.

이런 내구성의 바탕 중 하나가 파워 가드다. 광속으로 사운드 웨이브를 체크해서, 여기서 하쉬(harsh)하거나 디스토션이 있거나 클리핑이 발생할 경우, 미연에 차단해버린다. 또 센트리 모니터라는 특허 기술이 도입되어, 퓨즈를 끊는 방식이 아닌, 매우 짧은 경로로 차단을 해서 리셋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그 경우 노멀 모드로 다시 원상복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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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기능이 많고, 각 파트별로 쓸 말도 많다. 실제로 본 기는 DAC, 프리, 파워, 해드폰, 포노 앰프 등 총 5개의 컴포넌트가 망라되어 있다. 정말 이 시대에 필요로 하는 기능을 대부분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번 사두면 오래오래 쓸 수 있는 제품임에 틀림없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바워스 앤 윌킨스의 805 D3, 소스기는 린의 매직 DS를 각각 사용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사무엘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레너드 슬래트킨(지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No.2> 살바토레 아카르도(바이올린)

-쳇 베이커

-레이 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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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매킨토시의 인티는 정평이 있었거니와, 그 퀄리티는 분리형을 위협할 정도였다. 굳이 그런 하극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제품 자체의 만듦새와 컨셉이 매우 뛰어나 계속 은행 잔고를 확인하게 한다. 다기능과 음질을 골고루 만족시키며, 여기에 빼어난 내구성을 생각하면, 사면 이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어두운 방에 블루 아이즈 불빛만이 빛나고, 그런 신비로운 빛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것은 수많은 오디오파일들이 품은, 매킨토시만의 로망이 아니던가. MA9000의 높은 벽에 좌절한 분들이라면 본 기는 멋진 대안이 될 것이다.

이종학 (Johnny Lee)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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