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클라이맥스 DS’의 고공비행 – Linn Klimax DS/3

시인 엘리어트가의 그의 어느 저서에서 썼던 문장이 머리를 스쳤다. “대체로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안다는 건 우리가 그들을 알았던 단 한순간의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어제, 지난달 혹은 1년, 10년전 그들에 대한 경험을 침전된 기억 속에서 되살려낼 뿐이다. 심지어 그 지식마저도 단편적이며 단지 인상 비평에 지나지 않는 선입관으로 점철된 경우도 다반사다. 사람들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진지한 통찰보다는 일순간의 경험과 그로부터 축적된 기억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평가란 항상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하이파이 오디오에 관심을 가진 시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그 순간간의 경험에 대한 기억은 그 기기에 대한 정적인 평가로 굳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B&W는 심심하다거나 코드는 날카롭고 차갑다는 둥 한참 전 경험을 그 브랜드 사운드를 재단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예전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B&W D3 사운드는 절대 심심하지 않으며 코드는 과거처럼 차갑고 날카롭기만 하진 않다. 끊임없이 진보해왔고 수정되었으며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그 모습은 상당히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출발점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린(LINN), 그 중에서도 DS 시리즈는 꽤 오랫동안 과거의 기억에 의해 단정되어지곤 했다. 린으로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계속된 디지털 플랫폼의 변화와 새로운 포맷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린은 그 과거에 대한 기억을 지우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논거는 명확하다. 린은 최상위 클라이맥스 DS/3를 비롯 아큐레이트 시리즈에서 새로운 포맷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드디어 새로운 디지털 항해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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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은 사실 네트워크 스트리밍에 있어서 선구적인 브랜드다. 현재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엔드 디지털 오디오를 만드는 메이커 중 누구도 린과 메리디안 등 영국 디지털의 쌍두마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NAS 등 외부 스토리지에 저장된 음원을 이더넷 프로토콜 위에서 재생하는 플랫폼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프론티어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린 클라이맥스 DS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신선함과 충격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이후 디지털 트렌드의 중심이된 DSD 재생 및 룬 그리고 타이달과 MQA 에 대한 대응에 미온적이었고 여러 오디오파일은 린을 한정된 범위 안에 묶어 기억했다.
 
 
다시 태어난 클라이맥스 DS/3
린이 변화하고 있다. 일단 하드웨어 설계상 DSD는 무리가 된다고 주장했던 그들은 주장을 번복하며 DSD 음원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린은 Davaar 60 펌웨어를 전 세계에 배포하며 끝내 DSD(DSF/DFF)에 대응하고 나섰다. 무려 DSD128(5.6448MhZ)까지 대응한다는 공식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 눈을 의심했다. 결국 린의 고집을 꺽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뿐만 아니다. 현재 오디오파일을 위한 고해상도 스트리밍 서비스 중 가장 높은 충성도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타이달(Tidal)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MQA 알고리즘에 대한 지원이 뒤따랐다. 타이달 Master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유저들에게 MQA 대응 하드웨어는 필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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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발표한 소식은 또 한 번 놀라웠다. 다름아닌 룬(Roon)에 대응하기로 공식 발표한 것. 이번에도 업그레이드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루어졌고 Davaar 63 베타버전이 배포되었다. 룬은 현재 전 세계 오디오파일이 열광하는 재생 프로그램이자 라이브러리 관리 프로그램이다. 린의 룬 대응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개인적으로도 수년째 룬을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새로운 업데이트가 뜰 때마다 궁금증이 폭발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업데이트마다 룬은 정말 신선하고 참신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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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도 마찬가지다. 룬에서 1.5 업데이트를 실행하자 새로운 메뉴가 생겼다. 린 DS에 대한 별도의 오디오 대응 세팅 메뉴다. 룬을 사용하고 싶지만 린이 룬에 대응하지 않아서 계속 린의 카주(Kazoo) 같은 플레이어를 고집하고 있었던 오디오파일이 꽤 많았다. 린 포럼에도 종종 올라오던 이슈였던 룬 대응 문제가 일거에 해결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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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룬 대응 이전에도 클라이맥스 DS/3는 기존 DS 사용자에게 꽤 매력적인 제품이었다. 일단 DAC가 포함된 네트워크 스트리머로서 세대를 거듭하며 그 완성도를 꾸준히 올려왔다. 절삭 가공한 알루미늄 섀시는 미적 영역에서만 보더라도 예술적이다. 내부 구성은 수십 년간 하드웨어 컴포넌트를 제조해왔던 린의 미니멀리즘 설계가 돋보인다. 전원부를 포함 아날로그 부문과 디지털 부문이 완벽히 분리되었으며 룬달 트랜스포머를 통한 그들만의 독보적인 아날로그 회로는 확실히 매력적인 사운드로 표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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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맥스 DS/3 는 4세대 아키텍쳐를 표방하고 있고 그 중심엔 카탈리스트(Katalyst) DAC 아키텍처가 포함된다. 일단 DAC 칩셋의 교체다. 기존 칩셋의 스펙을 훨씬 웃도는 칩셋으로 일본 아사히 케세이의 Veritas 시리즈 중 레퍼런스급 AK4497EQ를 전격 도입했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포맷과 비트/샘플링레이트에 대응하며 SN비가 128dB, THD+N은 –116dB에 이르는 혁신적 DAC다. 재생 포맷은 Flac, 애플 Lossless, WAV 외에 MP3는 물론 WMA, AIFF, AAC, OGG 등에 대응하며 PCM 24bit/192kHz 까지 대응 가능하다. 더불어 최근 DSD 대응을 통해 스펙 자랑에 호들갑인 여타 DAC에 비해 스펙에서 뒤지는 부분도 사라졌다. 사족이지만 DS/3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DSD와 MQA에 대응하지 않을 거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외에도 클라이맥스 DS/3는 전원부와 클럭 등 디지털 기기의 핵심 부위에 대거 수술을 감행해 출시된 버전이다. 전원부에서는 어떤 진폭과 편차로 허락하지 않는 레퍼런스 레벨 기준 전압을 완성했다. 클럭 또한 전용 전원에 의해 극도로 안정적인 회로 위에서 작동하는 고정밀 클럭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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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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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트 말했든 우리의 기억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에 대한 인상은 단지 그 시간에 한정되어 있다. 그 순간의 기억 대신 다시 만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순간의 새로운 대상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의 본질은 오직 그곳, 그 시각 위에 오롯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린이 만든 앰프, 스피커 그리고 시디피 등 디지털 기기까지 일관된 사운드스케이프는 다시 새로운 시대 위에서 진화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클라이맥스 DS/3에서 명백히 확인되었다. 게다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같았던 린이 타이달과 MQA, DSD를 넘어 룬랩스와 협조하며 별도의 메뉴까지 생성한 행보는 매우 반갑다. 물론 인터페이스는 물론 음질적 변화는 불가피했으나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때 대부분 내겐 장점으로 다가왔다. 클라이맥스 DS는 DSD와 룬을 품고 미래 디지털 세계를 향해 다시 고공비행에 나섰다.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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