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ntosh MA252 – 뉴 매킨토시 의 신호탄

오디오파일들의 영원한 로망’ 매킨토시(McIntosh Laboratory)가 예전 기세와 자신감을 확실히 되찾은 것 같다. 매킨토시가 지난 2011년 이탈리아의 파인 사운즈 그룹(Fine Sounds Group)에 인수된 것은 오디오파일이라면 다 아는 사실. 또한 앞서 일본 카오디오회사인 클라리온에 인수됐다가 다시 일본 D&M홀딩스에 매각되는 등 그 드높았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소너스 파베르나 오디오 리서치 같은 쟁쟁한 그룹 자매사를 제치고 그룹의 간판으로 나섰기 때문일까. 지난 2016년 8월 파인 사운즈 그룹의 공식 이름이 ‘매킨토시 그룹’으로 바뀐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필자가 보기에 매킨토시는 그 후 ‘매킨토시 2.0’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번 시청기인 새 인티앰프 ‘MA252’가 그 명백한 증거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이 제품의 설계 디자인과 변화된 사운드를 보면 ‘뉴 매킨토시’라 불러도 될 정도다.

 

MA252, 매킨토시 최초의 하이브리드 인티앰프

‘MA252’는 지난해 11월 공식 발표 후 국내에서는 최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상. 그런데 외모를 보니 누군가를 닮았다. 맞다. 매킨토시의 강렬한 상징이자 지금까지 6번이나 업그레이드돼 출시된 파워앰프 ‘MC275’다. 거울 같은 스테인레스 스틸 섀시의 한 면을 사선으로 자른 디자인,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재질의 매킨토시 영문 로고, 무엇보다 진공관의 예열 단계에서는 오렌지색이었다가 본격 작동이 되면 녹색으로 빛나는 LED 조명까지. 확실히 하나같이 직사각형이었던 기존 매킨토시 인티앰프나 파워앰프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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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변화는 ‘MA252’가 1949년 매킨토시 출범 이후 최초로 나온 하이브리드 인티앰프라는 사실. 즉, 프리앰프부에는 진공관, 파워앰프부에는 트랜지스터를 출력단에 투입한 것이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수도 없이 나온 이러한 ‘진공관+솔리드’ 구성의 하이브리드 인티앰프가 매킨토시에서 처음 나왔다는 게 신기해 확인해보니 맞다. 1963년 ‘솔리드 프리+튜브 파워’ 구성의 ‘MA230’이라는 인티앰프가 출시된 적은 있지만, 이는 이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솔리드 프리앰프를 위한 전초전으로 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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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러한 ‘진공관+솔리드’ 하이브리드 인티앰프 메이커로는 매킨토시가 가장 합당해 보인다. 매킨토시만큼이나 많은 수의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 앰프를, 그것도 거의 같은 비율로 만들어낸 제작사도 없으니까. 또한 매킨토시 앰프 개발사를 훑어보면 프리앰프는 진공관(C1100, C2600), 파워앰프(MC1.2KW, MC611, MC301, MC452, MC302)는 트랜지스터를 쓴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진공관으로 리니어리티를 살리고, 트랜지스터로 출력을 확보려하는 설계다. 빔관인 KT88을 투입한 파워앰프 ‘MC275’가 오히려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MA252의 설계디자인

‘MA252’는 기본적으로 프리앰프부에 쌍삼극관인 12AX7과 12AT7을 채널당 각각 1개씩 쓰고, 파워앰프 출력단에 고전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채널당 4개씩 써서 8옴에서 100W, 4옴에서 160W를 내는 인티앰프. 물론 한 채널당 2개의 트랜지스터가 쌍으로 푸쉬풀 구동하는 클래스AB 증폭이다. 매킨토시 솔리드 파워앰프의 전매특허라 할 오토포머(Autoformer)는 없다. 오토포머는 트랜지스터 출력단과 스피커 사이에 놓여져 스피커 임피던스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방열과 출력을 확보하는 출력트랜스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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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면, 전면에는 왼쪽에 입력 선택 및 톤 컨트롤 노브와 6.3mm 헤드폰 출력 잭, 오른쪽에 볼륨 노브가 달렸고, 그 위(MA252는 일종의 위아래가 붙은 2섀시 구성이다)에는 입력 정보와 볼륨 상태가 뜨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물론 뜨는 글자와 숫자 색은 그 유명한 ‘매킨토시 블루’다. 입력은 오직 아날로그만 가능하며 언밸런스(RCA) 2조, 밸런스(XLR) 1조, 그리고 MM 포노 1조가 마련됐다. 서브우퍼 출력이 마련된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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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MA252’는 헤드폰 앰프와 MM 포노스테이지를 갖춘 인티앰프인 것이다. 헤드폰 출력단은 ‘High Drive’라는 별도 증폭회로를 거친다. 상위 프리앰프에 투입된 ‘HXD’(Headphone Crossfeed Director) 증폭회로의 간략 버전으로 보인다. MM 포노스테이지는 입력 임피던스가 47k옴으로 고정돼 있다. 볼륨은 매킨토시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전자식 볼륨, 즉 디지털 어테뉴에이터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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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은 프리앰프부에 투입된 각 진공관의 역할. 매킨토시에서는 ‘프리앰프부에 투입됐다’고만 설명할 뿐 12AX7과 12AT7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존 매킨토시 진공관 프리앰프와 두 진공관의 전압증폭율 등을 감안할 때, 그리고 포노단과 뒷단에 솔리드 파워앰프부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12AX7(뒤쪽)은 포노 입력신호를 1차 증폭하고, 12AT7(앞쪽)은 라인 입력 1차 및 포노 2차 증폭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푸쉬풀을 위한 위상반전은 어디까지나 다이렉트 커플드 방식으로 연결된 파워앰프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MA252’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내부에 마련된 압도적인 크기의 R코어 전원트랜스. 인터넷에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양 사이드 방열판과 앞뒤쪽 패널에 거의 맞닿을 듯한 엄청난 크기의 트랜스포머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그리고 트랜스 밑에 마련된 파워서플라이용 커패시터 역시 1만8000마이크로패럿 대용량을 뽐낸다. 역시 앰프의 기본은 전원부인 것이다.

 

안전, 안전, 또 안전

앰프는 사실 안전과 내구성이 최고다. 아무리 디자인이 멋지고 음질이 뛰어나도 과열이나 서지전압, DC(직류전기) 관리를 제대로 못해 한순간에 셧다운되거나 스피커를 망가뜨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 스트레스는 안겪어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이런 면에서 매킨토시는 진작에 깨어있는 제작사였다. ‘뭘 이런 것까지 신경쓰나’ 싶을 정도로 상당한 안전책이 마련돼 있는데, 자동차로 말하면 일종의 안전벨트나 에어백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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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252’에도 이런 매킨토시판 안전핀이 곳곳에 마련됐다. 매킨토시 이름을 달고 나왔는데도 ‘저렴한’(?) 가격대를 감안하면 황송할 정도다. 대표적인 게 출력에 오버 드라이브된 신호가 있는지 모니터해서 입력신호를 미세 조정하는 파워가드(Power Guard) 기술. 입출력신호의 파형을 비교해 0.3% 이상의 차이가 발견되면 그 즉시 입력신호를 차단한다. 물론 클리핑으로 인한 앰프와 스피커 손상 방지를 위해서다. 파워가드가 작동되면 진공관이 노란색으로 깜빡이고, 정상인 상태가 되면 다시 녹색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밖에 쇼트 및 과전류 유입으로 인한 앰프 손상을 막기 위한 센트리 모니터(Sentry Monitor) 기술도 상위 파워 앰프들에 투입돼 매킨토시의 명성을 드높인 회로 기술. 그리고 ’MA252’에 투입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에도 다이오드가 세트로 구비돼 과열로 인한 오작동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이것이 ‘뉴 매킨토시 사운드’?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린(Linn)의 신형 ‘Akurate DS’를 동원, B&W 스탠드 마운트 ‘805D3’와 플로어 스탠딩 ‘804D3’를 차례대로 물려봤다. 100W 인티앰프가 2웨이 북쉘프에 이어 우퍼 2발을 보탠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까지 제대로 울릴 수 있는지 알아볼 요량이었다. 신형 ‘Akrurate DS’는 린이 의욕적으로 개발한 새 ‘Katalyst DAC’ 모듈을 장착했을 뿐만 아니라 룬 레디(ROON Ready) 인증까지 받았다. 음원은 따라서 필자의 맥북에어를 룬 코어로 해서 주로 타이달(Tidal)과 24비트 곡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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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심플 이즈 베스트’(Simple is best). ‘MA252’는 매킨토시가 이같은 신념으로 작정하고 만들어낸 오디오의 새로운 미래로 보인다. 핵심은 이것이다. 리니어리티 확보를 위해 쌍삼극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푸쉬풀 구동의 고전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로 현대 스피커를 마음껏 드라이빙한다. 튼실한 전원부는 기본. 여기에 다이렉트 커플드 방식으로 출력단을 붙이고, 효율적인 발열관리로 앰프의 안정성 및 재생음의 편차를 줄인다. 무엇보다 대형 프리와 파워, 여기에 덕지덕지 붙은 고가의 인터케이블과 인슐레이터, 전원케이블을 싹둑 잘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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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사운드는 거의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물론 엄정한 테스트와 음 튜닝이 보태진 덕분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예전보다 훨씬 싱싱하고 젊고 파릇한 사운드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 그것도 비교적 보편타당한 가격대의 인티앰프로. 어쩌면 매킨토시의 새로운 역사는 ‘MA252’부터가 진정한 시작인지도 모른다.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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