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C Fenestria – 새로운 음악적 창(窓)과의 조우

PMC의 2막 1장
숨이 가빠지고 귀가 먹먹해진다. 초고층 높이를 순식간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은 눈을 찔끔 감는다. 지상 508m에 달하는 타이베이 101 같은 초고층 빌딩이 방문객에게 선사하는 당혹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87층과 92층 사이 중심부엔 일종의 동조 질량 댐퍼 (Tuned mass damper)가 포진하고 있다. 공룡이 멸종하기 전에 알을 낳았다면 이 정도 크기였을까? 그저 상상만으로 모양을 그려봤던 커다란 알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직경 5.5m, 중량 660톤짜리 동조 질량 댐퍼는 이 초고층 빌딩의 진동을 드라마틱하게 낮추어주고 있다. 쓰촨성 대지진 이후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뤄진 강력한 설계의 일환이다.
지난 뮌헨 오디오쇼에서 마주친 PMC의 신형 스피커는 높이 170cm, 좌우 넓이 37cm 그리고 깊이 623mm로 마치 하늘로 길게 솟은 빌딩은 연상시키는 거함이었다. PMC가 현재까지 내놓은 가정용 하이파이 스피커 중 이보다 더 높은 스피커는 없었다. 마치 거대한 빌딩을 축소해놓은 듯 좌중을 엄숙히 내려다보는 형국이었다. 게다가 위아래로 채널당 네 발씩 투입한 베이스 우퍼와 그 사이로 악마의 눈을 연상케 하는 깊고 검은 미드레인지와 총알처럼 박힌 트위터는 별도의 배플 속에 박혀있다.

20세기까지 모두 어떻게 하면 작은 사이즈에서 광대역에 또렷한 포커싱 등 공간 재현력을 갖는가에 집착했다면 21세기엔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편에선 올인원 라이프스타일 오디오와 알렉사 등 인공지능 적용 및 무선 액티브 스피커가 시류를 움직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엔 가격과 상관없이 녹음 현장의 스케일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려는 하이엔드 오디오 엔지니어들이 있다.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총출동하는 뮌헨 오디오 쇼에서도 누가 더 스피커를 크게 만드는가 경주를 벌이듯 대형기의 각축전이 되었다. 집채만 한 혼 스피커의 시대를 지나 능률은 낮지만 고밀도, 광대역에 정확한 스테이징을 그리는 스피커가 패러다임을 바꾸던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PMC가 이 대열에 합류하며 2막 1장을 예고하고 있다.
Fenestria (fɪˈnɛstrə)
그중 놀라운 모델 중 하나가 바로 Fenestria였다. 그리고 이 장승 같은 스피커의 제작사가 다름 아닌 PMC라는 것은 더 충격이었다. 기존 PMC라면 BB5나 MB2 같은 모니터 스피커로부터 대중들에게는 Fact 시리나 Twenty5 같은 스피커로 익숙하다. 상위 라인업 외엔 대부분 슬림한 인클로저에 최근 들어 일제히 뒤로 약간 젖힌 전면 배플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그 용적이나 높이에 있어 제한적이었고 무엇보다 PMC의 매력이라면 유사한 경쟁 기종들 사이에서 비교적 적은 용적을 가지면서도 ATL이라는 트랜스미션 라인 로딩을 통해 낮고 깊은 저역을 제대로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 PMC Fenestria 우퍼
그러나 Fenestria는 그런 일종의 제한 요소를 벗어나 현시점에서 그들이 궁극의 이상으로 삼는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한 스스로 모험에 들었다. 가청 대역을 거의 모두 소화하며 스튜디오 녹음 현장의 마스터를 거의 풀 사이즈로 구현해낼 수 있는 스케일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PMC는 채널당 네 발의 6.5인치 우퍼를 사용했다. 영국의 모터스포츠 관련 엔지니어와 협력해 개발한 것으로 초경량 카본 외에 멀티셀룰러 코어를 사용한 2중 레이어 구조를 가진 진동판은 탁월한 응답특성을 갖는다. 더불어 고출력 모터를 채용해 ATL 로딩 방식에서도 매우 정확하고 강력한 움직임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베이스 우퍼 네 발은 상/하 베이스 모듈에 각각 두 발씩 탑재하고 있는 컨피규레이션이다. 중앙의 트위터 및 미드레인지 유닛용 배플을 떼어내면 완전히 상/하 미러 이미지로 구성한 형태다. 이른바 가장 동축 스타일로 보이지만 중안의 트위터/미드레인지 탑재 형태를 보면 보편적인 3웨이 4 스피커에 베이스 우퍼를 상단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과거 던텍이나 이후 다인오디오 등에서 보았던 가상 동축 설계와는 또 다른 형태다.

▲ PMC Fenestria 트위터
중앙으로 시선을 옮기면 PMC에서는 ‘NEST’라고 부르는 트위터/미드레인지 전용 모듈이 보인다. 저역을 담당하는 베이스 우퍼 모듈을 상/하로 총 네 발이나 탑재하면서 저역이 상위 대역과 마스킹 되거나 진동이 전이될 위험을 미리 억제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배플은 통 알루미늄 빌렛을 정교하게 절삭해 제작했고 정중앙에 미드레인지 유닛 그리고 바로 위에 트위터를 탑재했다.

▲ PMC Fenestria 미드레인지
미드레인지는 마치 ATC의 미드레인지 유닛을 연상시키며, 75mm의 혼타입으로 설계되어 NEST 알루미늄 배플 안에 깊게 안착되어있다. 대형 페라이트 마그넷과 순동 코일을 비롯하여 무려 열 개가 넘는 부품들이 결합하여 단 하나의 유닛이 만들어진다. 특히 이 유닛은 후방 알루미늄 챔버에 독립 수납되어 베이스 모듈과 한 지붕 두 가족처럼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편 트위터의 경우 19.5mm로 PMC의 전매특허 SONOMEX™ 유닛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겉으로 보기엔 얼핏 네오디뮴 마그넷을 사용한 기존 버전과 똑같아 보이지만 silicone Aureole™ 마운트 시스템을 결합해 현신한 버전이다.

PMC가 여타 스피커와 구조 및 음질에서 가장 확실히 구분되는 것은 무엇보다 캐비닛 구조, 즉 ATL 트랜스미션 라인 로딩 기법이다. 그리고 이번엔 듀얼 챔버 구성이다. 이 거대한 스피커는 상/하단 베이스 모듈 그리고 트위터/미드레인지 NEST 모듈이 각각 모두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총 두 개의 베이스 모듈 안에 각각 ATL 로딩 설계를 구현해놓고 있다. 당연히 ATL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PMC에서 Twenty5 라인업부터 적용하고 있는 ‘Laminair™’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벤트 끝부분에서 발생하는 잡음이나 왜곡을 낮추어 ATL 로딩의 효율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저역 특성을 더욱더 개선한 것이다.

채널당 무려 여섯 발의 유닛을 탑재하고 세 개로 분리되며 저역 제한 없는 풀레인지급 광대역 스피커지만 크로스오버는 단 두 지점에서만 끊었다. 정확히 말하면 3.8kHz 및 380Hz로 최소한의 크로스오버 교차 대역을 확보해 교차 구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유닛 간 마스킹이나 피크 현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다. 한편 하드웨어 면에서는 맨 하단에 크로스오버 PCB를 별도 분리된 챔버에 수납하고 열 개 부분에 방진 포인트를 마련하는 등 물리적/전기적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Fenestria 테스트엔 풀 코드 시스템을 활용했다. 기본적으로 PMC는 브라이스턴이나 코드 등 스피드가 빠르고 유닛을 순발력 있게 제동해낼 수 있는 고출력 광대역 앰프와 훌륭한 상성을 보여 왔다. 순간적인 타격감 등 높은 트랜지언트 성능을 통해 ATL 로딩으로 인한 딜레이가 없이 깨끗하고 깊은 저역 확보가 관건이 된다. 이번 테스트에는 오렌더 W20을 필두로 코드 블루 MKII / 데이브 DAC를 비롯해 앰프에서도 CPA 5000 및 SPM 1400 MKII 등 풀 코드 시스템을 통해 시청하며 Fenestria 의 성능을 극단까지 끌어올려 보았다.

총평
시청 내내 이제까지 들어온 PMC 사운드와 결별한 이 신선한 사운드의 원인을 추적했다. 기존 PMC와 겹치는 소자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로듐 바인딩포스트까지 모두 새롭게 투입된 것들이다. ATL는 원래 PMC의 독보적인 트랜스미션 라인의 응용일 뿐이다. 결국 플래나 윙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알루미늄이나 카본을 사용해 공진을 제어하는 것과 달리 PMC는 견고한 인클로저 외에 플래나 윙이라는 양옆 날개를 통해 공진을 자연스럽게 소멸시키고 있었다. 바로 서두에 말한 동조 질량 댐퍼 기술의 응용이다.

Fenestria는 마치 날개를 활짝 펴고 금세라도 활주로를 힘차게 딛고 창공으로 날아오를 듯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다. 제트엔진의 힘을 빌려 이륙했다가 그 양력과 반대 방향의 G포스를 만들어내 반듯하게 착률할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스피커 맨 상단과 맨 하단에 대칭으로 설치된 듀얼 Laminair™ 포트는 Formula 1 레이싱카의 공기역학을 응용한 것이다. 마치 최고층 빌딩이나 비행기 이륙에서 느낄 법한 먹먹할 만큼 깊고 강력한 저역과 이제까지 대형기에서 얻기 힘든 시간축 정합을 통한 정확한 정위감 및 음악적 깊이. 이 모든 것이 융합된 Fenestria 는 그 이름처럼 내이(內耳)로 가는 새로운 창(窓)을 열어젖혔다.

Written by 오디로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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