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Quest ThunderBird BiWire(Zero + Bass) – 제로에 수렴한 천둥새의 포효

 
오디오퀘스트와의 조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오래오래 지속되듯 오디오 또한 그 시작 지점 어딘가의 기억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두서없이 머릿속에서 불쑥 불청객처럼 등장했다 사라지곤 한다. 일체형 컴포넌트에서 그럴싸한 분리형 오디오를 처음으로 손에 넣었을 때를 기억해보라. 밤새 음악을 들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음악은 그 최초의 오디오로 들었을 때의 전/후로 나뉘며 그 당시 생생한 기억은 취향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그중 케이블에 대한 기억도 뚜렷하다. 케이블에 대해 지금처럼 거금을 투자하지 않던 때였다. 그저 오헬바흐, 겝코 같은 저가 케이블로 시작하기 마련이었다. 때로 케이블이 음질을 바꾸면 얼마나 바꾸겠냐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설전이 일어나기도 했고 동호인들 사이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일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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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삼매경에 빠지면서 케이블의 중요성을 알려준 것은 오디오퀘스트와 킴버였다. 오디오퀘스트는 CV6와 이후 CV8로 이어지면서 중, 저가 케이블 중 커다란 히트를 기록했다. 예쁜 고역과 전체적으로 밀도감의 상승 등 당시까지 사용했던 케이블과 차원이 다른 음을 선사했다. 이에 질세라 킴버도 4TC, 8TC 같은 모델을 내놓았고 훌륭한 경쟁자로서 시대를 풍미했다. 이후 오디오퀘스트의 일부 상위 모델을 경험했고 킴버는 모노클, 바이포칼 및 셀렉트 시리즈까지 훑어가며 시스템에 따라 즐겼다. 두 케이블 메이커는 항상 케이블 포트폴리오처럼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도 뚜렷이 생각나는 것은 오디오퀘스트에 붙어있던 조그만 배터리였다. 당시 어떤 케이블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진 못했던 상황에서 오디오퀘스트는 상당히 기지 넘치는 시도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것을 그들은 ‘Dielectric-Bias System’ (DBS, 미국 특허 # 7,126,055 및 7,872,195 B1)라고 명명했다. 이는 일종의 절연 방식의 혁명이었다. 케이블 내부엔 유전율이 낮은 테플론을 주로 절연체로 사용하지만 오디오퀘스트는 배터리를 내부 코어와 피복 사이에 배터리를 설치하고 일정 전압을 흘려주어 유전율 하강에 혁신을 가져왔다. 이를 통해 오디오퀘스트는 케이블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축 지연으로 인한 위상 변이, 라디오 주파수 유입 현상 제거 등 여러 성과를 거두었다.
  
 
ThunderBird Zero & Bass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한 오디오퀘스트는 여전히 DBS를 달고 있었다. 오디오퀘스트의 초창기부터 줄곧 그들의 여러 케이블을 경험해온 바 겉으로 보기엔 그리 대단할 것은 없었다. 불현듯 아마존이나 아나콘다 같은 케이블을 사용하던 당시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는 것 빼면 오디오퀘스트 신형을 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다는 것 정도만 생각 중이었다. 그 이유는 사실 중국에서 여러 불법 카피 제품들이 횡횡하면서부터다. 킴버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국내 수입사의 정품 스티커가 붙은 박스가 포함된 것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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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테스트한 케이블은 ThunderBird Zero에 Thunderbird Bass 옵션을 추가한 모델로서 오디오퀘스트 현역 스피커 모델 중 최상위 라인업인 ‘Mythical Creature’로 그 이름부터 대단히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리즈를 구성하는 케이블의 모델명도 Dragon, Firebird, Thunderbird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신화적이다. 잠시 최근 재미있게 즐겨본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생각하며 ‘드라카리스’를 외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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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underBird Zero와 Bass 모두 동선이다. 상위 케이블에서는 PSS, 즉 Perfect Surface Silver를 사용하지만 이 케이블에선 PSC+, 즉 Perfect Surface Copper를 사용하고 있다. 이 도체의 특징이라면 도체 내/외부의 자기장 필드로 인한 일종의 가이드 레일이 될 수 있는 도체 표면에 대해 오디오퀘스트가 취한 독창적인 표면 처리 방식이다. 이로써 각 도체 사이에 생성될 수 있는 전기적 간섭을 억제해 매우 명료하고 투명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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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S도 여전히 오디오퀘스트 케이블임을 웅변하고 있다. 현재 오디오퀘스트가 사용하는 DBS의 전압은 72V 짜리로 표면에 마련된 작은 버튼을 누르면 배터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든 유전율을 최소화해 시간축 지연으로 인한 위상 변이 또는 RF 노이즈 등을 제거해주고 있다. DBS 배터리 팩은 계속 시스템에 사용하더라도 몇 년간은 사용할 수 있으므로 평소 특별히 신경 써줄 건 없고 가끔씩 버튼을 눌러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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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퀘스트는 이 외에도 노이즈에 대해 매우 첨예한 대책을 강구해놓고 있다. 상당히 포괄적이며 세밀한 대책들인데 역시 하이엔드 케이블의 선구자적인 노련함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NDS, 정확히는 ‘Carbon-Based Linearized Noise-Dissipation System’으로 케이블에 유도될 수 있는 여러 고주파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편이다. 우리가 숨 쉬며 생활하는 공간은 인간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 투성이다. 그중 셀룰러 타워나 블루투스 등 현대 사회의 공간엔 무수한 주파수들로 넘쳐난다. 오디오퀘스트는 여러 겹의 차폐 소재 그리고 탄소 기반의 선형 네트워크 시스템을 마련해 이런 여러 형태의 노이즈를 열에너지로 변환, 방출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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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ThunderBird Zero와 Bass 케이블 설계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임피던스 관련 기술이다. 스피커 케이블은 앰프와 스피커 사이를 연결해 음악 신호를 전달한다. 그리고 앰프와 스피커의 부하 임피던스를 절대 일치하지 않고 케이블의 임피던스는 음악 신호의 정확한 전달에 있어 필요악과 같은 임피던스를 갖는다. 그리고 이것은 알게 모르게 신호의 왜곡을 가져오곤 한다. 오디오퀘스트는 ZERO 테크놀로지라는 기술로서 케이블 자체의 특정 임피던스를 거짓말처럼 없애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트랜지언트 특성이나 다이내믹스 등에서 커다란 상승이 있을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오디오퀘스트의 바이와이어링 옵션이다. 이것은 ThunderBird Zero에 ThunderBird Bass를 추가해서 완성된다. 오디오퀘스트에서는 스피커에서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할 경우 두 개의 Zero 모델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Zero에 Bass 케이블을 추가해 사용하는 것이 RF 노이즈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디오퀘스트는 Bass 케이블에 적용된 ‘Ground Noise Dissipation’ 특허기술을 통해 앰프 출력에서 RF 노이즈를 제거해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이번에 테스트한 제품은 ThunderBird Zero에 Bass를 붙인 완제품으로 앰프 쪽은 바나나 그리고 스피커 쪽은 말굽 단자를 사용하고 있다. 단자 마감의 경우 앰프 쪽은 싱글이지만 스피커 쪽은 바이와이어링 타입으로 완성되어있다. 보기 드문 정공법으로 음질적으로 우수할 수밖에 없는 설계다. 따라서 B&W 802D3를 바이와이어링으로 연결해 한층 뛰어난 퍼포먼스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한편 소스기기는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라우터 및 W 코어를 사용했고 DAC로는 마이트너 MA1 V2를 사용해 극강의 해상도와 디테일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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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오디오퀘스트의 케이블 작명은 항상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케이블 이름이 그 모델의 성능이나 특색의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며 재미있어 지인들과 품평을 할 때 농담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썬더버드는 말 그대로 천둥새. 오디오퀘스트가 이 케이블에 심은 음향적 성능과 특성을 고려해 이름을 짓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케이블을 테스트해나가면서 나는 울음소리가 천둥소리가 되고 높은 곳에서 세상을 응시하던 눈빛이 번개가 되었다는 썬더버드를 상상했다. 순간적인 어택과 역동적인 추진력, 이완과 팽창의 재빠른 전환에서 오는 숨 막히는 전율. 아마도 ThunderBird Zero와 Bass의 기술서에서 밝힌 임피던스 및 독창적인 바이와이어링 설계들이 이런 효과로 드러난 게 아닌지 추측해본다. 그리고 제로에 수렴한 임피던스를 통해 천둥새의 시그널은 더욱더 우렁차게 포효하고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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