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의 신이 강림하다 – Wilson Audio WAMM 마스터 크로노소닉 스피커

오디오 파일에게 윌슨 오디오(Wilson Audio Specialties Inc.)의 스피커는 늘 선망의 대상이다.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해상도와 단단하고 선명한 저음 그리고 뛰어난 밸런스는 하이엔드 기기를 모아 놓은 오디오 쇼에서도 윌슨 오디오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만든다. iPod와 애플 뮤직을 만든 스티브 잡스가 죽기 직전까지 윌슨 오디오의 X-1 그랜드 슬램(Grand Slamm – Super Linear Adjustable Modular Monitor)을 애용했다는 사실은 오디오를 모르는 사람도 윌슨 오디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특히나 스티브 잡스는 여느 기업가와는 달리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애플 컴퓨터라는 사명도 비틀즈의 자체 음반 레이블인 애플 레코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으며 이로 인한 소송이 일어나기도 할 만큼 여러 면에서 음악광이었으니 스티브 잡스의 스피커라고 한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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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스티브 잡스가 사용하였던 X – 1 그랜드 슬램
 
 데이비드 윌슨 자택에서 감상한 WAMM 스피커 시연 동영상 입니다. 
  
 
와트 퍼피(WATT / Pu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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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오디오의 스피커 중에서 과거부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와트 퍼피(WATT/Puppy)인데 와트(WATT – Wilson Audio Tiny Tot)와 퍼피는 서로 분리된 모델이다. 트위터와 우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윗부분이 잘려나간 피라미드 모양의 인클로저를 가진 북쉘프 스피커가 와트이고 2개의 우퍼 유닛이 장착되어 와트를 윗면에 거치할 수 있는 전용 우퍼 모델이 퍼피이다. 와트와 퍼피는 1986년부터 2011년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리즈 8까지 제작되었지만, 와트와 퍼피가 동시에 만들어진 것은 시리즈 5가 제작된 1994년부터이며 처음 시리즈 1의 경우, 와트는 1986년, 퍼피는 1989년에 3년의 시차를 두고 따로 제작된 모델이었다. 데이비드 윌슨의 개인용 모니터로 제작되었으나 소리를 들어본 유통사의 주문이 이어지며 시판을 시작한 소형 북쉘프 와트는 그 자체로 완성작이지만 퍼피와 결합하면 와트의 우퍼는 퍼피의 네트워크에 의해 미드레인지가 되며 중형기로 탈바꿈한다. 와트 퍼피의 후속 모델인 사샤(Sasha W/P)는 분리형인 와트 퍼피와 달리 단일 모델로 제작되었으며 시리즈 1, 2가 이미 단종되었고 2018년 5월 26일에 타계한 윌슨 오디오의 창업주 데이비드 윌슨을 기리는 사샤 DAW(David Andrew Wilson)가 출시되었다.

WAMM(Wilson Audio Modular Mon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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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MM 1세대 7시리즈 모델
 윌슨 오디오의 제품들이 이렇게 분리된 모듈형 유닛 형태를 추구하는 것은 바로 WAMM(Wilson Audio Modular Monitor) 모델에서부터 기인한 것이다. 이름부터 모듈형 모니터인 WAMM은 1981년 생산된 윌슨 오디오의 첫 번째 제품으로 오늘날의 윌슨 오디오가 존재할 수 있는 근본이 되었다. 달퀴스트(Dahlquist)의 5웨이 스피커 DQ-10과 브라운(Braun)의 미니 모니터 그리고 ESR의 정전형 트위터, KEF B139 우퍼 등을 조합하여 상상을 초월한 방법으로 제작된 1세대 WAMM은 마치 공연용 PA 시스템을 연상케 하는 형상이었고 심지어 천재 앰프 설계자 존 컬(John Curl)에 의해 업그레이드된 크라운(Crown)제 이퀄라이저 EQ-2까지 탑재하고 있었지만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내주었다. 스테레오파일(stereophile)의 발행인 래리 아치볼드(Larry Archibald)가 1983년 8월 1일 작성한 리뷰를 보면 “지금까지 들었던 스피커 시스템 중 가장 뛰어난 스피커 시스템”이라고 표현하며 집에 한 쌍을 소유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초기 모델에서 업그레이드된 WA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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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하는 WAMM 마스터 크로노소닉(Master Chronosonic – 이하 MC)은 2003년 WAMM 시리즈 7A가 단종된 지 약 13년 만에 제작된 WAMM의 시리즈 8인데 시리즈 7A도 초기 모델을 기초로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라 사실상 35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올 뉴 WAMM MC는 최근 수년간 WAMM의 부재로 윌슨 오디오의 플래그십을 유지하던 알렉산드리아 XLF(Alexandria XLF) 모델의 뒤를 이어 다시 플래그십 모델이 되었다. 데이비드 윌슨의 아들이며 현 윌슨 오디오 CEO인 대릴 C. 윌슨(Daryl C. Wilson)이 연구팀을 이끌며 제작을 주도했지만, 데이비드 윌슨 살아생전에 그의 영향력 아래에서 완성되었기에 그의 유작과도 같은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데이비드 윌슨과 WAMM MC
 ■ 데이비드 윌슨(David Andrew Wi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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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9월 8일 LA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윌슨은 어린 시절부터 오디오와 음악 재생에 관심이 있었는데 라이브 음악 사운드에 집착했고 스피커에 관해서는 아이디어와 각종 부품으로 설계부터 제작과 테스트까지 해보는 것이 취미였다. 그는 아메리칸 리버 칼리지(American River College)를 거쳐 브리검 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에서 동물학 및 화학 학사, 분자 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쉐릴 리(Sheryl Lee Jamison)를 만나 결혼을 했다. 세계적 제약사인 화이자(Pfizer Inc.)와 미국에서 유명한 의료기기, 제약 업체인 애벗 연구소(Abbot Laboratories), 역시 같은 제약사인 커터 연구소(Cutter Laboratories)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과학적 사고와 처리를 익히게 된 데이비드 윌슨은 취미 겸 부업으로 부인 쉐릴과 함께 1974년 윌슨 오디오를 설립하는데 데이비드는 사망할 때까지 윌슨 오디오의 이사회 의장이었고 쉐릴은 부회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하면서 데이비드가 취미 삼아 시작했던 회사를 세계적 하이엔드 업체로 키우는 데 일조하게 된다. 부부가 음악을 진정 사랑한다는 점은 윌슨 오디오의 제품을 제작하기도 전인 1977년 음반 제작 자회사인 윌슨 오디오파일(Wilson Audiophile Definitive Recordings)을 설립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20여 년간 운영하면서 총 31장의 음반을 발매했다. 이 외에도 데이비드는 Absolute Sound 매거진의 작가와 비평가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주변에서는 그에 대해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며 매우 겸손하고 열정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WAMM 마스터 크로노소닉의 테크놀로지
 ■ 타임 도메인
 
“It’s about Time.”이라는 모토와 같이 윌슨 오디오는 WAMM MC의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WAMM의 시리즈 1을 만들기도 전인 1970년대 후반부터 데이비드 윌슨은 타임 도메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타임 도메인(시간 영역)이란 일반적으로 소리를 스펙트럼 그래프로 표현할 때 기준이 되는 프리퀀시 도메인(주파수 영역)과 타임 도메인에서 유래된 말로 프리퀀시 도메인으로 스펙트럼을 보면 소리에서 음높이를 나타내는 각 주파수 대역의 레벨이 어떤 비율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고 타임 도메인은 시간의 변화에 따른 주파수의 정확한 모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 프리퀀시 도메인과 타임 도메인의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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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퀀시 도메인과 타임 도메인의 스펙트럼 (좌) 주파수 단위 그래프, (우) 시간단위 그래프
 
데이비드 윌슨이 타임 도메인을 중요시했다는 말은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 스펙트럼을 타임 도메인으로 보는 것처럼 원음 그대로의 주파수 모양이 중요하다는 의미와 더불어 원음 재생을 위해 주파수에 따른 드라이버 유닛의 시간 축 정렬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말 자체는 간단하며 원론적이지만 이를 재생 음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론적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WAMM MC는 타임 도메인을 정확하게 현실로 구현해 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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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도메인 구현을 위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자면 먼저 조셉 다폴리토(Joseph D’Appolito) 박사가 연구한 MTM(Mid woofer-tweeter-mid woofer) 배치를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트위터와 우퍼를 나란히 배치할 경우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주어진 신호를 크로스오버로 2웨이 혹은 3웨이 등으로 나눠 재생할 때 소리의 방사가 낮은 주파수를 내는 유닛 방향이 왜곡되는 일명 로브 틸팅(Lobe tilting)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원인으로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각 유닛에서 크로스오버에 의해 정확하게 필터링 되지 못하고 중복되는 주파수로 인한 것이고 두 번째는 평면에 정렬된 유닛 간 소리의 시작점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리의 방사 방향이 우퍼 쪽으로 틀어지며 음질 저하를 유발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위터의 위아래로 각각 미드 우퍼를 배치하면 자연스럽고 정확한 정위감의 재생음을 얻을 수 있다. 이를 MTM 배치라고 하며 가상 동축형 스피커라고도 한다. MTM 배치 이론이 조셉 다폴리토에 의해 완전히 정리된 때가 1983년이었으나 데이비드 윌슨은 이미 1981년에 만들어진 WAMM 시리즈 1에서 ESR 정전형 트위터의 위아래로 미드레인지 우퍼를 배치하여 MTM을 실용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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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오디오의 제품은 로브 틸팅 현상 해결을 위해 라우드 스피커 시간 정렬(Loudspeaker time alignment)기술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1975년 암펙스(Ampex Corporation) 수석 음향 엔지니어이고 니어 필드 모니터에 대한 최초의 연구자인 에드 롱(Ed Long) 박사가 고안한 기술로 로브 틸팅 방지를 위해 지연이 필요한 트위터의 신호를 필요한 시간만큼 지연시키거나 혹은 지연 효과를 위해 트위터를 우퍼보다 뒤로 정렬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배플 면을 트위터 방향으로 기울였던 와트 모델에 적용된 기술이고 윌슨 오디오의 모든 제품에 적용된 기술이다. 윌슨 오디오는 확산 지연과 라우드 스피커 어레이 그리고 타임 도메인 왜곡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다. WAMM MC는 단순히 평평한 면에 MTM 배치를 사용하거나 고정된 된 시간 정렬기술이 사용된 것이 아니라 드라이버를 각각의 모듈에 장착하고 각 모듈은 조정이 가능하게 하여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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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기간이 무려 5년인 WAMM MC의 타임 도메인에 대한 추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청취 도달 위치에 대한 모듈의 조정 정밀도는 5마이크로초(5백만분의 1초) 단위인데 이는 현존하는 최고 샘플 레이트인 786kHz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소리의 전달 속도가 1초에 340m니까 0.068mm 단위로 모듈을 조절할 수 있는 정밀도이다. 경험상 예민한 뮤지션이 인지하는 샘플 레이트의 속도가 48kHz에서 3~4샘플(약 만분의 1초) 이상임을 고려하면 그보다 500배 정밀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윌슨 오디오에서는 WAMM MC에 매칭되는 파워앰프에 대한 모듈 각 부분의 캘리브레이션 값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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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더 앰프에 대한 WAMM MC 칼리브레이션 카드
 
윌슨 오디오의 타임 도메인에 대한 추구는 병적인 집착과도 같을 정도로 집요한데 모듈형으로 인클로저를 만들어 다른 유닛과의 공진을 최대한 방지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유닛이 울릴 때 인클로저가 진동하면 그 진동으로 인해 시간 정렬에 영향이 갈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클로저의 소재마저 흔히 말하는 항공 등급의 알루미늄과 같은 단일 소재가 아닌 세상에 없는 복합 소재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사용하였는데 모듈별로 소재가 제각각이다. 윌슨 오디오는 진동을 감지하기 위해 항공 우주 테스팅에 사용되는 레이저 도플러 진동 계측 도구를 사용하는데 나노미터 수준(10억분의 1인치)의 캐비닛 진동을 관찰하고 보정할 수 있다.
 
 
■ 3개의 복합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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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MM MC는 시간 기능을 조절하는 주요 지지대 부분에서 단일 소재인 항공 등급의 알루미늄이 사용되었지만, 모듈의 인클로저는 대부분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도가 향상된 복합 소재이며 그 종류는 3가지이다. X-Material은 스티브 잡스가 사용하던 X-1 Grand SLAMM에서 이름을 따왔다. 인클로저의 소재로 연구된 지 수십 년이 되었을 만큼 완성도 있는 소재이며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극한 강성과 탄성, 진동 억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윌슨 오디오는 X-Material의 인클로저 자체 색이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S-Material은 사샤 W/P를 개발하며 만든 소재로 X-Material과 비슷하지만, 음악적으로 중요한 모든 미드레인지의 배플에 사용되고 있다. W-Material은 윌슨 오디오의 최신 소재로 알렉스(Alexx) 모델에 미리 사용되었지만, WAMM MC를 위해 제작된 소재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동을 열로 변환하며 탄성과 극단적 강성이 결합하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억제하는데 특화되었다. 어레이 상부의 모듈이 움직이는 부분의 플레이트에 사용되어 모듈의 결합을 최적화한다.

■ 드라이버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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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오디오는 WAMM MC 제작 기간뿐 아니라 20여 년 전부터 다이아몬드와 베릴륨 트위터 등을 연구하였고 WAMM MC에도 사용을 고려하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음악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실크 돔 컨버전스 시너지 트위터(Convergent Synergy Tweeter)가 사용되었다. 이미 알렉산드리아 XLF, 사샤 등에서 사용되었으나 WAMM MC에 사용된 것은 Mark V 버전이다.

미드레인지는 2웨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트위터를 사이에 두고 위, 아래로 4인치와 7인치의 드라이버가 각각의 모듈로 장착된 MTM의 구조이다. 7인치 드라이버는 알렉산드리아 시리즈 2에서 처음 선보였고 XLF, 사샤 2, 알렉스, 알렉시아(Alexia), 이베트(Yvette) 등에서 사용된 미드레인지의 변형된 버전이고 4인치는 WAMM MC를 위해 제작된 모델이다.

2웨이로 나누어진 우퍼는 10.5인치와 12.5인치, 이렇게 2개가 사용되었는데 두 드라이버는 처음부터 서로 음역대를 보완할 것을 염두에 두고 WAMM MC를 위해 동시에 개발되었지만, WAMM MC의 제작 기간이 5년 정도로 길었기 때문에 알렉스 모델에서 먼저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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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에는 비스듬히 위를 향해 방사되는 2개의 드라이버가 따로 존재하는데 트위터는 전면 실크 돔 컨버전스 시너지 트위터 Mark V와 같고 4인치 미드레인지는 전면의 유닛과는 다른 것으로 전면에는 8Ω 유닛이 사용되었지만, 후면에는 16Ω 유닛이 사용되었으며 WAMM MC의 후면 방사 전용으로 따로 개발된 것이다.

그 외의 기능으로 XLF 포트 기술(XLF Port Technology)이 있는데 이것은 알렉산드리아 XLF에서 최초로 시도된 기술로 포트를 전면 혹은 후면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다. 무지향성인 저음의 방향과는 관계가 없지만, 실내 구조에 따른 음향의 통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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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MM MC의 디자인을 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윌슨 오디오에서는 정교한 스켈레톤 시계 디자인을 모티브로 삼았기에 이름도 크로노소닉이라고 붙였고 명품 스켈레톤 시계의 느낌이 곳곳에서 느껴지지만 그런데도 개인적으로는 이 거대 작품이 비주얼로 디자인되었다는 느낌보다는 기능이 디자인으로 승화한 모범적인 사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고급 세단인 벤틀리의 디자인을 논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최고의 속도를 추구하는 F1 머신의 디자인을 논한다는 것은 사족(蛇足)같이 느껴진다. 물론 WAMM MC가 기존의 윌슨 오디오 제품처럼 자동차용 도료와 고급스럽고 정교한 라인 그리고 스켈레톤 시계 이미지로 마감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 스켈레톤 시계의 내부는 기능이 디자인된 또 다른 사례이다. 어떤 스피커라도 디자인이 기능적이기는 하지만 WAMM MC의 디자인은 모든 스피커 중에 가장 기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완벽한 기능성을 시계의 이미지로 잘 믹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과 비교하면 생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을 때는 흔한 말로 천상의 소리를 느끼다가 눈을 뜨면 그 비주얼이 압도적이면서 기존 스피커와는 다른 이질감도 느껴졌다. 예를 들자면 눈을 감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상대의 음성이 마치 신의 목소리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눈을 떠보니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있는 것 같은 상황이라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그만큼 소리가 현실감 있기 때문이겠지만 지금껏 경험했던 모든 스피커 중에서 몇 번을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해봐도 가장 강렬한 비주얼의 스피커였다.

청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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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MM MC는 초 하이엔드의 모델이고 전 세계에서 70조만 생산되었기 때문에 전시용 모델을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수입사인 케이원 AV의 간곡한 요구로 윌슨 오디오 측에서 특별히 전시를 수락했다고 한다. 청음은 dCS 비발디(Vivaldi) 트랜스포트, DAC, 업샘플러, 클록의 4종 세트와 볼더(Boulder)의 3010 프리, 3060 스테레오 파워 앰프를 통해서 케이원 AV의 청음실에서 이루어졌다.

WAMM MC와 가격과 성능 면에서 견줄 수 있는 스피커 중에서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개 되지는 않지만 대부분 다 들어보았는데 WAMM MC는 다른 곳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들어본 것 중에서 단연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스테레오파일의 래리 아치볼드가 WAMM 시리즈 1을 듣고 “지금까지 들었던 스피커 시스템 중 가장 뛰어난 스피커 시스템”이라고 언급한 말에 매우 공감되었다.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한 오디오 시스템뿐 아니라 스크랩북 2권이 티켓으로 넘칠 만큼 관람한 수많은 내한 공연을 포함하더라도 그 모든 사운드 중에 가장 감동적인 사운드였다. 팝, 재즈, 록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와 해외 오페라 공연도 많이 보았지만, 사운드만 가지고 말하자면 단연코 최고였다. 최근에 모 클럽의 사운드를 테스트하면서 몇억 원대의 하이엔드 PA 시스템에 2400W, 1600W, 1200W, 1000W 앰프를 멀티로 연결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어본 소리도 홈 오디오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지만 그래도 WAMM MC의 포스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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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MM MC가 그리는 무대는 정말 광대했지만, 그 소리는 자연스러우면서 극도로 섬세했다. 이렇게 모순이 될 것 같고 상호 보완적인 요소에서 극단적인 시너지가 나온다는 것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대형기를 들어도 스피커의 뒷면에서 형성되는 무대는 늘 한계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WAMM MC는 스피커 후면에서도 공연장의 무대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후면으로 방사되는 2웨이의 유닛에 있다.

오디오를 통한 음악 감상이 어느 정도 가상현실 같은 느낌이 있지만, WAMM MC의 사운드는 리얼함을 넘어서서 현실을 초월하는 전혀 다른 세상을 음악으로 경험하게 해주었다. 큰 키만큼 가청 주파수의 스펙트럼을 넓게 펼쳐 악기들의 소리가 뭉치는 느낌이 없었으며 자주 듣는 음악에서도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릴 만큼 정교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악기가 많아 복잡한 음악일수록 넓게 펼쳐 들음으로서 산만함이 없었다. 음색 밸런스는 평가를 무색케 할 만큼 흠잡을 곳이 없었고 몇십 곡 이상을 들어 보았지만, 피크나 딥은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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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두 가지의 단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앰비언트를 느낄 수 있는 음악에서는 매우 넓은 스테이지를 들려주었지만 앰비언트가 좁은 일부 록 음악 등은 상대적으로 스테이지가 더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더라도 일반 스피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넓고 압도적인 사운드를 내주었지만 앰비언트의 느낌이 너무 섬세해서 스테이지가 줄어들면 너무 잘 느껴지는 것이 단점 중 하나이고 두 번째 단점은 유닛이 여럿이고 세팅이 섬세해서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스위트 스폿이 넓지 않다는 점이다. WAMM MC에서 정말 제대로 된 사운드는 동시에 2명이 들을 수 없었다. 스피커를 테스트하면서 늘 정확한 스위트 스폿과 알려지지 않은 스위트 스폿을 찾아내려고 일어서고 앉고, 아무리 큰 스피커라도 니어 필드부터 청음실의 맨 뒤와 심지어 양쪽 스피커의 한 가운데까지 돌아다니며 테스트를 해보는데 이렇게 큰 스피커에서 이렇게 한정된 스위트 스폿을 들려주기도 힘들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정밀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스위트 스폿을 벗어나도 웬만한 스피커보다 좋은 소리를 내주겠지만 스위트 스폿 안의 소리가 너무나 좋아서 약간만 벗어나도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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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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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오디오의 WAMM MC는 오디오 기기를 넘어서서 예술 작품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뛰어넘어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처럼 최고의 음악을 감상하는 하이엔드 음악당 같다는 생각이다. 세계적인 미술 작품이 몇십억에서 몇백억 원에 이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지 한 점의 작품이 그렇게 비쌀 수 있다면 미술관을 통째로 산다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상상을 해봤다. WAMM MC는 마치 미술관을 통째로 사는 것에 비교될 만큼 가치 있는 예술 작품 감상 도구다. 천상의 음악을 들려주는 WAMM MC의 능력은 스피커 신의 강림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출처 : Full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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