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 Bartok DAC – 중급기에 대한 dCS의 야심찬 반격

dCS(Data Conversion System의 약자)의 제품들은 극단적인 분리형 기기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디오 애호가분들에게도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dCS가 발매했었던 제품들을 예를 들어 살펴보면, 현 세대의 플래그십 모델인 Vivaldi(2013년 발매)나, 이전 세대의 Scarlatti(2007년 발매), 프로용이 아닌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dCS의 명성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Elgar(1996년 발매)까지, 플래그십 제품들은 하나같이 DAC를 중심으로 클럭과 업샘플러, 그리고 디스크 재생을 위한 트랜스포트까지, 총 4단 분리형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소스기기 만으로도 시스템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오디오 애호가분들에게도 dCS의 플래그십 제품은 시스템을 구성할 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기기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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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플래그십 라인업 모델로 시스템을 구성하게 되면, 덩달아 소스기기에 투입해야 할 케이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더더욱 다가가기 힘든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분리형 구조는 신호를 충실하게 처리하기엔 장점이 많은 구조로, 일반적인 유저를 타깃으로 기획된 모델이라기보다는 울트라 하이엔드 급 재생 품질을 추구하는 분들에게 걸맞은 기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울트라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분들이라고 해서 모두 기기가 많아지는 이런 상황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분리형 구조는 여전히 단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성능을 위해 분리형 구조를 유지해가며 뚝심 있게 제품을 발매하는 dCS를 보면, 영국 사람들의 고집스러움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dCS의 고집스러운 면은 다른 면에서도 관찰되는데, 보통의 하이엔드 회사들은 한 분야의 제품이 성공하고 나면 성공 모델을 바탕으로 자본력을 확보하여 제품의 분야를 확장해가곤 했다. 소스기기를 만들던 회사가 프리앰프나 파워앰프 등을 제조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사례가 좋다/나쁘다의 평가를 떠나서, 유수의 하이엔드 제조사들이 사업의 규모를 키우면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소스기기도 결국은 디지털 신호를 정교하게 해독하여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고 출력하는 회로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소스기기로써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술력이 경지에 이르러 성공을 이루고 나면, 프리앰프나 파워앰프를 추가로 발매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당 제품이 소스기기 만큼 좋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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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dCS는 여느 하이엔드 회사들과는 달리 제품군을 확장하지 않았다. 1987년 즈음 창립하여 군사용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1989년 프로용 오디오 제품(dCS 900 DAC)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소스기기 이외의 제품은 발매한 이력이 없을 정도로, 소스기기 하나만을 줄곧 바라보면서 30여 년간 달려왔다. 이렇게 한 분야에만 집중하여 매진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며 성공적인 모델 이후에 찾아왔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유혹이 있을 법도 한데, dCS의 행보를 지켜보았을 때 정말이지 그 고집스러움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Bartok DAC로, dCS에서 따끈따끈하게 발매한 최신 제품 라인업의 막내 모델에 해당된다. Bartok DAC는 라인업 상 이전 세대 제품에 해당하는 드뷔시를 대체하는 제품으로, 비발디와 로시니의 혈통을 이어받아 엔트리급 제품 라인업을 완성하여 새롭게 발매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30여 년간 소스기기만을 고집하여 매진한 그들의 최신 제품에는 어떤 매력이 담겨 있는지 이제부터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외관 및 내부 살펴보기
외관을 살펴보면 비발디나 로시니에서 사용되었던 동일한 알루미늄 재질의 케이스로 동일한 디자인 아이데티티를 가진 형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상급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입체적으로 가공된 전면 섀시는 원가절감을 위해 과감히 생략되어 반듯 네모진 인상을 준다. 상급기 대비 높이가 낮아졌지만, 왜소하고 얇게 보이던 전작인 드뷔시를 생각해 볼 때 훨씬 더 든든하게 보이며, 전작 대비 고급기의 인상을 주고 있고 외관상으로 느껴지는 만족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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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좌측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DAC의 동작을 표시해주고 있는데, 상급기의 디스플레이와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인다. 마찬가지로 옆에 위치한 조작 버튼의 감촉이나 볼륨 노브의 재질도 상급기와 동일한 재질과 조작 느낌으로, 상급기 대비 원가절감을 언급하긴 했지만 입체적인 형상을 제외하면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상급기와 동일한 좋은 인상을 준다.
Bartok DAC는 현재 국내에 2가지 버전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전면 오른쪽에 위치한 볼륨 노브 좌측에 헤드폰 앰프가 있는 버전이 있고 없는 버전이 있다. 본 리뷰에서는 헤드폰 앰프가 없는, 순수한 DAC 관점에서 리뷰를 진행하였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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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후면을 살펴보면, 만듦새가 견고하고 두터운 섀시 안에 각종 연결단자들이 가지런히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후면부 중앙 아래에 위치한 이더넷 포트로 네트워크 입력을 통해 Roon도 지원하고 있으며, AES/EBU와 Coaxial 단자와 Toslink 단자, 그리고 USB 입력단도 보인다. 특이한 점은 이 가격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WordClock 입력단자로, dCS에서 발매하고 있는 상급기의 클럭을 연결하여 성능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타사의 워드클럭 입력도 가능하며 44.1khz 계열의 클럭이나 48khz 계열의 클럭을 받아서 작동하게 된다. (단, dCS의 DAC 제품들은 10Mhz의 Reference Clock은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어서 내부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빼곡히 저항 부품이 나열된 RingDAC 보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dCS 고유의 Ring DAC 방식은 R2R Ladder 방식과 Delta Sigma 방식의 장점을 취한 하이브리드방식으로, 오디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등장하는 포맷들에 대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RingDAC 보드를 유심히 살펴보면 Bartok은 dCS의 가장 하급기이지만 상급기의 심장부인 7세대 RingDAC 회로부를 그대로 채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상급기와 동일한 부품을 채용하고 있지만, dCS의 제품 동작 로직은 펌웨어와 같은 소프트웨어 적으로 디코딩 알고리듬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성능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즉, 상급기와는 FPGA 내부의 Mapper 알고리듬을 차등화하여 제품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는 같아도 제품 동작 시에 선택할 수 있는 필터의 개수나 디코딩 Mapper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프로세싱 능력은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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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상급기 대비 차이를 보이는 부분을 살펴보면, 전원부 설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날로그 파트와 디지털 파트를 나누어서 각각 전원을 공급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급기는 아날로그 파트와 디지털 파트를 각각 분리하여 전원부를 설계하여 독립된 전원부가 전원을 각각 공급하는 구조를 갖는다. 반면에, Bartok DAC는 아날로그 디지털 구분 없이 통합된 하나의 전원부로 전원이 공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눈에 띄는 부분은 국내에서 550만 원에 단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Network Bridge의 역할을 하는 회로가 기본으로 Bartok에 내장되어 있는 것으로 매우 놀랍다. 따라서 내부 구성을 종합해보면, 상급기의 심장(7세대 RingDAC)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네트워크 모듈을 포함한 하드웨어 구성요소를 내장한 것을 가격적으로 따져 본다면, 값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상급기 대비 다분히 횡재에 가까운 하드웨어 물량 투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제품 들어보기
이상으로 간략하게 외/내부 살펴보기를 마치고 Bartok DAC를 들어본다. 청취는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 방문하여 진행되었으며 Bartok DAC의 네트워크 입력을 통해서 Roon으로 재생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청취 당시의 시스템 구성은 B&W 800 D3 스피커와 Electrocompaniet EC 4.8 프리와 250-R 파워앰프가 동원되었고, 케이블은 AudioQuest의 윌리엄텔 스피커케이블과 헤밍웨이 제품이 동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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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tok DAC를 순정상태로 들어본 소감은 다이나믹스 특성이 좋아서 적극성을 띠고 있는 활기찬 중고역이 제일 먼저 장점으로 다가왔다. 즉, Vivaldi나 Rossini와 같은 dCS 상급기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청량감이 Bartok에서도 동일하게 느껴진다. 또한 중저역의 표현이 델타시그마 제품 대비 무게감이 있고 진한 재생음 느낌을 주어서 상당히 탄탄하고 재생음의 에너지감이 잘 전달되어 고급기의 면모를 보여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고역에서 약간의 청량감을 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유의 착색이 없기 때문에 토널 밸런스가 우수하고 수준 높은 제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리뷰를 진행하는 동안 들었던 인상 깊었던 곡들을 소개하며 청취 소감을 이어가 본다.
 
 
다시 들어보기 : 외부 워드클럭 연결
통상적으로 리뷰 기사를 작성할 때에는 시스템 변경 없이 순정 상태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곡들을 주욱 나열하는 방식으로 청취 소감을 이어나가고 마무리를 하는 편인데, 본 기기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최대한의 성능을 끌어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에 기대가 컸기 때문에, 1차 청취를 서둘러 마무리하였다. 이후 자택에서 개인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구형 플래그십 클럭(dCS Scarlatti Clock)을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 들고서 재방문하여, 2차 청취를 진행하였다.
2차 청취 환경은 기본적으로 같은 시스템 조합이지만 케이블이 전부 헤밍웨이로 변경되었으며, 필자의 Scarlatti 클럭에 쿠발라소스나 파워 케이블과 블랙켓의 Tron BNC를 이용하여 재생곡에 따라 44.1Khz이나 48Khz 워드클럭을 Bartok DAC에 입력하여 청취를 진행하였다. 스카를라티 클럭의 세팅은 Dither 옵션을 Off 상태로 하여 진행하였음을 밝혀둔다.
(참고로, 클럭이 올바르게 연동되면 재생 정보 표시 창에 W1이라는 표시가 뜨게 된다. 정확한 클럭이 입력되지 않거나 클럭이 없으면 릴레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내부 클럭을 이용하여 재생을 진행하게 되고 M 표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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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마치며,
dCS는 드뷔시 이후로 한동안 중급기에 해당하는 기기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가격대의 시장 점유율을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지 오래되었다. 사실 드뷔시는 판매량이 엄밀히 말하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현실이기 때문에, 중급기에서의 dCS의 존재감은 미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Bartok을 발매하며 신 모델 라인업을 완성하면서, dCS는 전작에 해당하는 드뷔시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후속 제품인 Bartok에 물량 투입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우수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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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일색인 점이 조금 걸려서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전원부의 차이와 SW Mapper의 차이로 중역의 투명함이나 초고역의 표현력이 아쉬움이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절대적인 냉정한 잣대로 그렇다는 것이지 상위 모델과 바로 옆에서 비교해서 들어보지 않는 이상 해당 내용을 인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Bartok DAC가 들려주는 재생음을 경험해보고 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재생음에 매료되어 마음을 사로잡힐 것으로 확신한다.
따라서, 본 기를 강력 추천하는 것에 대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거나 주저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냥 DAC 단품으로써의 가치도 추천할만하지만, 클럭이 조합되었을 경우에는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지만) 가격 대비 기대 성능치를 가뿐히 상회하는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므로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으며, 추천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된다.
예산상의 이유로 일단은 클럭이 없는 순정 상태로 사용하다가 향후 추가로 클럭을 연결해줌으로써 그 가치를 몇 배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본 기기의 구입을 고려하시는 분께는 제품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클럭을 꼭 붙여보시기를 강력히 제안 드리고 싶다. 그만큼 클럭을 붙였을 때의 향상된 실력은 경쟁자들을 가볍게 압도하는 실력으로, ‘이 제품이 지닌 가능성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리뷰하는 내내 상위 제품들의 실력에 버금가는 느낌을 받아 상급기의 재생음을 기억에서 더듬어보게 만들었다.
차근차근 수준 높은 재생음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중급기 DAC를 찾는 분들에게 본 제품은 기본기가 좋으면서 훌륭한 재생음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매력적인 기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젠가는 울트라 하이엔드 세계로 나아갈 것을 꿈꾸는 분들과 로시니나 비발디 풀세트의 음이 인상적이셨던 분들, 구형 dCS 제품에 좋은 인상을 가지셨던 분들, 그리고 델타 시그마 방식의 DAC 사운드에 지친 분들께 본 제품을 강력히 권해드리고 싶다.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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