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디오(Simaudio) Moon Neo 340i X – 섬세한 근육이 모여 만든 탄력

심오디오적 스타일
심오디오가 처음 국내 오디오파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만 해도 다양한 억측들이 난무했다. 특히 미국의 전문지에 제품 이미지와 브랜드를 확인하기 이전에는 브랜드 이름만을 듣고 필자는 처음 이 회사가 국내 제조사인가 싶었다. ‘심’ 씨 성을 가진 대표가 운영하는 신생 브랜드로 알고 있다가 얼마 지나서 ‘문’ 시리즈로 트랜스폼되면서, 아… 이제는 새로 ‘문’씨 사장님이 회사를 맡았나보다 했다. 그만큼 한동안 필자에겐 심오디오가 실제 제품 구경할 기회가 많지 않은 채 오해가 많았던 브랜드였다.
수많은 하이파이 앰프, 반경을 다소 좁혀서 하이엔드 브랜드만을 놓고 봤을 때도, 이들의 디자인과 음질이 어떻게 다 조금씩 다를까… 바둑을 두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필자 마음대로의 생각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음악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그 음악이 들리고자 하는 바를 자신의 제품으로 구현시키다 보니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각기 다른 스타일이 나오지 않나 싶다. 심오디오의 디자인을 보면 얼핏 달(Moon)을 좋아한, 달에서 영감을 받은 사주가 완성시킨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제품의 디자인이 약 3세대에 걸쳐 바뀌어 온 현재의 문 시리즈는 그 영감에 가장 근접한 형태라고 여겨지며, 과연 제작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달의 기운이 느껴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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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대 하이엔드
심오디오는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는다. 마크레빈슨 스레숄드 등과 같은 1세대 북미 하이엔드 브랜드들보다 몇 년 늦었지만, 같은 캐나다출신 클라세나 미국의 크렐과 동년배인 심오디오를 1.2세대 하이엔드라고 하면 하이엔드 앰프 바이오그래피에서 적절한 구간구분이 되지않을까 싶다. 스타일과 영향관계가 시조격인 이들 사이에 1.5세대는 너무 멀다. 한편, 심오디오는 열거한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서 합병이나 기타 외부 운영그룹의 간섭 등의 노선변경없이 자사 운영체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이다. 1980년 시마 전자(Sima Electronics)로 시작한 심오디오는 아마 올해 40주년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심오디오의 40년은 일관된 컨셉에 기반한 발전의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에 가장 빛나는 기여가 될 것이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이 그렇고 사운드스타일과 품질이 그렇다. 짧은 히스토리를 배경으로 스타덤에 오른 브랜드들 중에서 여전히 좌충우돌이 가라앉지 않는, 그래서 시리즈별로 소리가 제각각인 경우를 보면 오랜 히스토리를 가진 하이엔드 브랜드의 일관성이란 참으로 중요한 덕목이라 새삼 환기해본다. 최근의 심오디오 제품을 시청해보면 같은 환경에서 오래 살아오면서 일관된 성장이 느껴진다. ‘Moon’ 시리즈가 출범한 1997년부터를 실질적인 심오디오 사운드가 틀이 잡혔던 시작이라고 볼 때, 여전히 제품 디자인은 변경을 계속해왔지만 사운드 스타일은 정착을 해서 버전이 바뀔 때마다 정제되고 세련되어져 갔다. 캐나다 제품들이 종종 그렇듯이, 생활 공간에 위화감이 없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슬림하고 깔끔한 외관을 하고 있으며, 그 컴팩트한 모습 속에 깜짝 놀라게 할 만큼의 위력을 심어놓으려 한 게 아닐까 짐작된다.
 
주력 모델 340i
심오디오의 문 인티앰프 라인업은 크게 두 계급으로 분류되는데, 상위 이볼루션 시리즈가 있고, 그 아래 3개 모델 중에 340i 가 최상위 제품이다. 알려진 바, 이볼루션 두 모델(600i, 700i)은 입력부터 출력까지 풀밸런스 구성으로 제작되었고, 다른 세 개 모델(240i, 250i, 340i)은 프리단까지만 밸런스 구성이고 파워단이 싱글엔디드로 제작되어있다. 제품구간이 매우 촘촘한 심오디오의 제품별 차별화정책상 상위 두 제품에는 뭔가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외관부터 내부 구성에까지 특화를 시켰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340i는 풀밸런스가 아닌 하이브리드 인티 중에서 최상위제품이고 심오디오 인티앰프군의 한복판에 있는 주력제품으로 여겨진다.
2013년 처음 오디오페어에 모습을 나타낸 오리지널 340i는 제품 디자인이 지금과 많이 다른 반듯한 직육면제 섀시에 프론트패널은 가로로 긴 디스플레이 창과 버튼을 왼편에 몰아놓고 반대편에 볼륨 노브를 배치한 비대칭 구성이었으며,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위의 이볼루션 디자인을 입혀 새로 출시하면서 구형과 구분을 하기 위해 ‘NEO’라는 확장명을 붙혔었다. 그로부터 밸런스입력 및 포노단과 DAC 옵션을 둔 모델로 버전업되면서 현재의 340i 가 되었다. 참고로 버전업된 2018년부터 본 제품의 풀옵션 D3PX 버전은 스테레오파일에서 2년째 클래스 A에 올라있다. 2017년까지 700i 와 나란히 클래스 A에 올라있던 NEO 버전에서 갈아타서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
본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00와트의 가장 표준적인 출력과 맞물려 있는 자사제작 고신뢰 토로이덜 트랜스라고 할 수 있겠다. 알려진 바, 실질적인 심오디오 사운드의 심장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출력석 또한 정밀측정으로 페어매칭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사용해서 베이스 응답에 대한 성능향상과 정확한 재생능력을 구현시켰다. 채널당 4개씩 구성한 본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는 게인의 선형성이나 저 노이즈, 광대역 등에서 우수한 특주품이다. 이런 구성을 기반으로 임피던스 저하 신호에서 전원이 정확히 반비례해서 증폭되는 퍼포먼스를 보인다. 자사에서 표시한 스펙에도 8옴 부하에서 100와트 출력은 4옴부하에서 200와트로 늘어난다. 아울러 5와트 까지는 클래스 A 증폭을 한다는 점도 눈에 뜨이는 점이다. 이 구간을 둔 이유는 약음이 들어간 음악에서의 순도높은 마이크로 다이나믹스에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시청 편에 부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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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제품에 대한 구구한 스펙은 제품 소개 일반자료를 참조하면 될 것으로 보이며 제품의 특징이 될 만한 내용을 살펴보면, 제품의 전면패널 오른편을 보면 헤드폰 출력과 더불어 미디어 플레이어 입력을 둔 모습이 독특하다. 트랜드를 반영한 훌륭한 설계인데 무선이 아니고 유선이라는 점이 눈에 뜨인다. 이에 따라 1/8” 플러그를 그대로 꽂으면 유선으로 전용 입력 릴레이를 거쳐 재생된다. 그 위쪽으로 스피커 오프와 뮤트 버튼이 있는데 헤드폰 사용을 위한 구성이다. 알려진 바 뮤트는 모든 시그널이 차단되는 기능이고 스피커 오프는 신호입력은 정상 경로로 유입되지만 스피커로의 출력만 차단시켜서 헤드폰을 좀더 고충실도로 시청할 때 사용하도록 했다.
심오디오의 인티앰프들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왼편에 있는 입력 선택은 전체 디자인 레이아웃상 버튼으로 되어있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어 보이는데 그냥 우측에 있는 볼륨과 동일한 셀렉터를 두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하튼, 이 입력소스 중에는 pass-through를 두어 DSP 입력 등을 바이패스할 수 있다. 티비나 영화 시스템으로도 활용하기 위한 빠질 수 없는 입력이다.
뒷 패널의 심 링크(Sim Link)는 소스기기나 다른 심오디오 제품간 연결을 해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전체 시스템을 어느 쪽에서도 동시에 컨트롤 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 마크레빈슨 앰프에서 익숙한 RS-232 포트를 둔 것도 하이엔드앰프스럽다. 이를 통해서 커스텀 인스톨이나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수도 있고 외부 컨트롤이 가능한 IR 포트와의 연계가 가능하다.
참고로 본 제품의 업그레이드 옵션인 D3PX에는 PCM 32/384까지, DSD 256 까지 재생할 수 있는 플러그인 DSD-ready DAC 보드를 장착할 수 있는데, 본 제품의 등급으로 보아서는 세 가지 옵션 중에서 DAC만은 그냥 기본사양으로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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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심오디오의 인티앰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사실상 파워앰프만의 성능으로도 이보다 덩치가 큰 단일 파워앰프들과 비견될 만한 뛰어난 드라이브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면에 무음시에 매우 정숙하다는 점을 특기해야 할 것 같다. 더우기 이 슬림하고 부담없는 외관으로 짐작할 수 없는 저 임피던스 대응력은 동급최강이다. 전술했듯이 임피던스가 절반이 되면 정확히 두 배로 증폭되는 부하 대비 전류 공급력은 스피커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을 갖는다. 특히 정전형이나 평판형 등의 저임피던스 스피커사용자들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심오디오의 인티앰프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특성이 음질에 전적으로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닌 건, 스피커에 따라서는 다소 억세고 에너지과잉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심오디오의 제품에서 종종 그런 지적이 있었는데, 주로 특정 스피커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고 심오디오는 이 부분을 그냥 고집으로 남겨두지 않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어왔다. 그래서 구형 심오디오와 최근의 제품들을 비교해보면 기존의 고해상도를 기반으로 하는 드라이브 파워에 섬세하고 윤기가 생겨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곡을 듣는 동안, 시청을 한 93dB의 베리티 오디오의 레오노레에서 억세다는 느낌을 받은 곡이나 순간은 없었으니까.
340i의 사운드품질은 하이엔드를 언급할 때 등장하는 대부분의 단어들이 등장한다. 일단 매우 정숙한 배경을 만들어 낸다. 그 무대 위에서 빠르고 다이나믹한 사운드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약음은 섬세하고 슬램은 파워넘치는 모습을 투명하고 정교하게 그려낸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대역 밸런스로 특정 장르나 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모호해지는 경우도 없었다. 아주 미학적이고 예쁜 소리라고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예전의 근육질이 거칠게 드러나는 경우도 없었다. 시청볼륨은 9시 방향을 넘을 일이 없이 충분한 음량이었다. 리모콘을 구경 못해서 다소 아쉬웠는데 테스트 중엔 굳이 사용할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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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음악을 들어도 신뢰할 수 있는 제품
종종 쓸 말이 많아지는 제품들이 있다. 340i 의 사운드 스타일에 대해서는 지금 쓴 말 이외에도 다양한 얘기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 컴팩트한 앰프는 일종의 표준적인 재생력을 갖추고 있어서 이 제품의 특징은 그렇게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능수능란하고 다재다능한 앰프로서 일반적인 가정의 시청공간이라면 이보다 더 큰 사양이 그리 아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제품이 만능이고 어떤 음악도 매력적으로 들리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술했듯이 스피커에 따라서는 조금씩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감도가 높고 칼라레이션이 있는 스피커들은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을 듯 하다. 대신, 대부분의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스피커들에서 음악이 어떻게 들려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줄 것이다. 매력적으로 어필하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개인적으로 매우 끌리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Full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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