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솔리드 바이앰핑 로망의 완성, 매킨토시(McIntosh) MC901 듀얼 모노 파워앰프 리뷰

진공관 앰프로는 스피커 중고역 유닛을, 솔리드 앰프로는 저역 유닛을 각각 드라이빙한다. 이는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일종의 로망이다. 고역이 예쁘고 중역에 살집이 있는 진공관과 저역의 파워감이 돋보이는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하나의 스피커를 2개의 앰프가 바이앰핑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한때 집에서 탄노이 스피커의 동축 중고역 유닛은 300B 싱글 앰프로, 우퍼 유닛은 250W 출력의 솔리드 앰프로 바이앰핑을 하기도 했다.

최근 출시된 매킨토시(McIntosh Laboratory)의 모노블록 파워앰프 MC901은 이러한 오디오 애호가들의 로망을 한 섀시로 완성시켰다. 즉, KT88을 출력관으로 쓴 300W 출력의 진공관 앰프(중고역 전담)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출력단에 투입한 600W 출력의 솔리드 앰프(저역 전담)를 한 섀시에 담아 한 채널을 온전하게 바이앰핑하는 것이다. 따라서 MC901은 총 4개의 앰프가 좌우 스피커를 드라이빙한다.

 

매킨토시 MC901 외관과 인터페이스

수입사 로이코의 시청실에서 만난 MC901은 그 큰 덩치와 색다른 디자인부터 압도적이다. 가로폭은 44.45cm, 높이는 33.7cm, 안길이는 무려 74.9cm에 달한다. 각 앰프의 무게는 81.6kg.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앰프를 한 섀시에 담은 만큼 외관 자체가 낯설다. 매킨토시 블루 표시창과 연녹색의 매킨토시 로고, 측면에 붙은 ‘McIntosh 901’이라는 명판 등이 없었으면 ‘이게 매킨토시 앰프인가?’ 의아할 뻔했다.

하지만 구석구석을 살필수록 MC901은 매킨토시의 DNA를 오롯이 간직한 제품이 분명했다. 우선 전면에는 앰프의 출력을 아날로그(바늘)로 표시해 주는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바이앰핑이기 때문에 2개의 바늘이 있는데, 위의 바늘은 진공관 앰프의 출력(0~300W), 아래 바늘은 솔리드 앰프의 출력(0~600W)을 각각 알려준다. 매킨토시에서는 이를 ‘듀얼뷰’(Dual View) 미터라고 부르고 있다.

그 밑 각이 진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에는 2개의 노브가 달렸다. 왼쪽은 미터 컨트롤 노브, 오른쪽은 파워 컨트롤 노브다. 미터 컨트롤 노브는 말 그대로 표시창을 세팅하는 용도인데, ‘Lights Off’(LED 전원 오프. 출력은 계속해서 표시), ‘Watts’(LED 전원이 들어온 상태에서 순간 출력값을 표시), ‘Hold’(LED 전원이 들어온 상태에서 피크 출력값을 표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MC901을 위에서 봤을 때다. 일단 T자 모양으로 생긴 상판에는 예의 친절한 다이어그램이 그려져 있다. 맨 앞에는 솔리드 앰프와 진공관 앰프의 개요, 중간에는 전원 트랜스포머의 간략한 설계 디자인, 맨 뒤에는 솔리드 앰프와 진공관 앰프의 출력 트랜스포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그려졌다. 특히 출력 트랜스 다이어그램을 보면, 솔리드 앰프는 그 유명한 오토포머(Autoformer), 진공관 앰프는 유니티 커플드 트랜스포머(Unity Coupled Output Transformer)를 채택했음을 알 수 있다.

섀시 양옆에는 출력관으로 쓰이는 KT88 진공관이 4개씩 도열해있고 그 안쪽에 입력 및 위상반전/드라이브관으로 쓰이는 12AX7 1개(가운데)와 12AT7 2개(양옆)가 대칭 형태로 박혔다. 따라서 MC901 한 대에는 KT88이 8개, 12AX7이 2개, 12AT7이 4개, 총 14개가 투입됐다. 출력관 구성으로만 보면, 4개 KT88이 푸시(push), 다른 4개 KT88이 풀(pull) 구동을 하는 ‘4 병렬 푸시풀’(Quad Push-Pull) 구조다. 진공관 섹션에는 보호 그릴이 마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뒤쪽 상판에 마련된 4개 노브. 바로 바이앰핑 크로스오버 주파수와 게인 값을 설정하는 노브다. 왼쪽 노브 2개는 솔리드 앰프용(Solid State Low Pass Filter), 오른쪽 노브 2개는 진공관 앰프용(Vacuum Tube High Pass Filter)이며, 각 필터는 100Hz~1kHz 사이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Crossover Point)와 -6dB~3dB 사이에서 게인 값(Level Adjust)을 각각 조절할 수 있게 돼 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 100Hz, 130Hz, 180Hz, 250Hz, 300Hz, 400Hz, 550Hz, 800Hz, 1kHz
게인 값: -6dB, -3dB, 0, +1.2dB, +3dB
솔리드/진공관 앰프 게인(전압 증폭 값): 29dB(8옴), 26dB(4옴), 23dB(2옴)

예를 들어 솔리드 앰프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300Hz, 게인 값을 -3dB로 설정하면, 600W 출력의 솔리드 앰프는 300Hz 이하 주파수만을 원래 게인(23, 26, 29dB)에 비해 -3dB 낮춰 증폭하게 된다. 반대로 진공관 앰프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300Hz, 게인 값을 +1.2dB로 설정하면, 300W 출력의 진공관 앰프는 300Hz 이상 주파수만을 원래 게인에 비해 +1.2dB 높여 증폭하게 된다. 따라서 솔리드 앰프는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기준으로 언제나 로우 패스, 진공관 앰프는 하이 패스로 작동하게 된다.

매킨토시에서는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스피커 내장 크로스오버 주파수에 맞춰, 게인 값은 디스토션을 줄이기 위해 (+)값보다는 (-)값으로 매칭해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어쨌든 게인 값 조절은 증폭소자와 출력의 차이에 따른 중고역과 저역의 음압레벨을 맞추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후면을 보면 MC901의 숨은 기능 하나가 더 발견된다. 일단 스피커케이블 커넥터는 왼쪽에 진공관 앰프 출력용(2옴, 4옴, 8옴)이 3조, 오른쪽에 솔리드 앰프 출력용(2옴, 4옴, 8옴)이 각각 마련됐다. 매킨토시에서 ‘Solid Cinch’(솔리드 신치)라고 부르는 단자들이다. 그리고 이 위에는 밸런스(XLR)와 언밸런스(RCA) 입력단자가 3조 마련됐는데, 왼쪽부터 진공관 다이렉트 입력, 컴포지트 입력, 솔리드 다이렉트 입력 순이다. 맨 오른쪽에는 XLR/RCA 선택 스위치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MC901을 원래 매킨토시 설계 의도대로 바이앰핑하기 위해서는 가운데 ‘컴포지트 입력단자’를 써야 한다. 그래야 위에서 말한 필터(크로스오버 주파수와 게인 값) 설정에 따라 진공관 앰프 출력용 스피커 커넥터에서는 중고역 신호가, 솔리드 앰프 출력용 스피커 커넥터에서는 저역 신호가 출력된다. 실제로 이번 MC901 시청 시에도 이 컴포지트 입력단자에 프리앰프에서 나온 XLR 인터케이블을 꽂았다(위 사진).

이에 비해 양쪽에 있는 ‘다이렉트 입력단자’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전체 주파수 대역을 각각 출력한다. 이 다이렉트 입력은 스피커를 2조 운용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A 스피커 1조에는 MC901의 진공관 앰프(좌우)를 연결하고, B 스피커 1조에는 MC901의 솔리드 앰프(조우)를 연결해놓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프리앰프 출력 선택 스위치 등을 이용해 진공관 다이렉트 입력단을 선택하면 A 스피커 1조에서는 300W 진공관의 소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솔리드 다이렉트 입력단을 선택하면 B 스피커 1조에서는 600W 솔리드의 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MC901 설계 디자인 1. 솔리드 앰프 : 쿼드 밸런스, 오토포머
MC901의 솔리드 앰프 파트는 기본적으로 출력단에 고전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써서 푸시풀 구동하는 클래스 AB 증폭 앰프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스피커 임피던스에 상관없이 언제나 600W를 낸다는 것. 보통의 솔리드 앰프들이 8옴에서 200W, 4옴에서 400W 식으로 스피커 임피던스에 따라 출력값이 달라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는 매킨토시 솔리드 앰프들이 최종 출력단에 오토포머(Autoformer)라는 일종의 출력 트랜스를 집어넣은 덕분이다. 1949년 진공관 앰프 메이커로 출범한 매킨토시답게, 스피커 부하에 상관없이 일정 출력을 내는 진공관 앰프의 출력 트랜스를 솔리드 앰프에 접목시킨 것이다.


MC901은 또한 매킨토시가 자랑하는 쿼드 밸런스(Quad Balanced) 회로를 솔리드 앰프 파트에 적용시켰다. 쿼드 밸런스는 한 채널에 밸런스 앰프(+, -)가 2개 들어가고, 하나의 밸런스 앰프는 정위상 신호(non-inverted signal), 다른 밸런스 앰프는 역위상 신호(inverted signal)를 증폭한다. 위 그림은 매킨토시가 공개한 파워앰프 한쪽 채널 증폭 흐름도다. 증폭 신호가 4개 경로(정위상 + -, 역위상 + -)에서 진행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회로를 짠 이유는 증폭과정에서 끼어드는 노이즈 플로어를 낮추기 위해서. 즉, 증폭이 끝난 역위상 신호를 정위상 신호로 만들어준 뒤 다른 정위상 신호와 합쳐주면 진폭은 2배가 되고 증폭과정에 낀 노이즈는 0이 되는 원리다. 이는 수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위상 신호를 A, 역위상 신호를 -A, 두 신호에 동시에 끼어드는 노이즈를 N으로 표기하면 최종 출력되는 신호(output)는 이렇게 정리된다.

Output = (A + N) – (-A + N) = A + N + A – N = 2A

(A + N)과 (-A + N) 사이에 마이너스(-)가 있는 것은 뒤의 역위상 신호를 뒤집어준다는 의미. 결국 똑같은 위상의 파형이 겹치므로 신호의 음압레벨(진폭)을 2배로 높아지고 두 노이즈는 상쇄돼(한쪽 노이즈가 ‘-‘가 되므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역위상 신호를 다시 뒤집어 준 뒤 원래 정위상 신호와 합쳐주는 곳이 바로 오토포머다(“The Output Autoformer doubles the power and cancels noise at the same time”).

 

MC901 설계 디자인 2. 진공관 앰프 : 유니티 커플드 회로

MC901의 진공관 앰프 파트는 기본적으로 KT88 4발을 푸시(push), 다른 4발을 풀(pull)로 활용하는 쿼드 퍼럴렐 푸시풀 클래스 AB 앰프. 물론 진공관 앰프이기 때문에 뒷단에 출력 트랜스가 있고 이로 인해 스피커 부하에 상관없이 300W를 일정하게 뿜어낸다. 스피커 공칭 임피던스에 맞춰 커넥터만 제대로 연결해 주면 된다.

KT88 앞단에는 푸시와 풀 파트 각각에 쌍3극관인 12AX7이 1개, 역시 쌍3극관인 12AT&이 2개씩 마련됐다. 매킨토시에서 따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12AX7이 초단 및 위상반전관, 12AT7이 전압 증폭 및 드라이브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즉, 한쪽 12AX7에서 푸시(push) 밸런스 신호(+,-), 다른 쪽 12AX7에서 풀(pull) 밸런스 신호(+,-)를 뽑아내면, 뒤에 있는 12AT7 2발이 이에 맞춰 전압 증폭과 함께 각각 2개씩의 KT88을 드라이빙하는 구조다.

이는 12AX7이나 12AT7 모두 안에 3극관이 2개 들어간 쌍3극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진공관 앰프부 역시 정위상 밸런스 신호와 역위상 밸런스 신호를 각각 증폭한 후 뒷단의 출력 트랜스에서 합쳐준다는 점에서 솔리드 앰프부의 쿼드 밸런스 회로와 거의 동일하다(“The Vacuum Tube side of the MC901 also takes full advantage of Quad Balanced architecture”).


그런데 매킨토시의 진공관 앰프에는 1949년 미국 특허를 받은 유니티 커플드 회로(Unity Coupled Circuit)가 베풀어졌다. 이는 MC901의 진공관 앰프부도 예외가 아니다. 유니티 커플드는 ‘커플링이 통합됐다’는 의미 그대로 출력관의 플레이트(plate)와 캐소드(cathode)가 출력 트랜스 1차 코일과 모두 연결됐다는 뜻. 통상 진공관 앰프는 출력 트랜스의 1차 코일이 출력관의 플레이트에만 연결돼 있어 증폭 신호를 플레이트에서 가져온다.

유니티 커플드 회로가 이처럼 출력관의 캐소드에서도 출력을 뽑아내는 것(캐소드 팔로워)은 이를 통해 출력관의 전체 임피던스를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 잘 아시겠지만, 캐소드 팔로워(cathode-follower) 자체가 증폭률이 0이 안 되지만 위상 변화가 없고 출력 임피던스가 낮은 설계다. 외국 자료에 따르면 6L6 진공관을 푸시풀 구동할 경우 출력 임피던스는 4k옴이지만, 유니티 커플드 회로를 채택할 경우 이를 1k옴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유니티 커플드 회로에서 출력관 캐소드와 출력 트랜스를 커플링시키기 위해 감은 별도의 1차 코일을 바이파일러 코일(bifilar coil)이라고 하는데, 플레이트와 커플링된 1차 코일과 권선수가 똑같아 ‘쌍둥이 1차 코일’(Twin Primaries)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매킨토시에 따르면 바이파일러 코일 덕분에 1차 코일의 누설 인덕턴스(leakage inductance)가 대폭 줄어들어 고역의 롤오프 현상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한다(“By using the bifilar winding technique, leakage inductance is eliminatied between primary sections”).

 

셋업 및 시청

시청은 수입사인 로이코 시청실에서 이뤄졌다. 동원된 기기는 소스기기로 린의 Klimax DS, 프리앰프로 매킨토시의 전원부 분리형 C1100, 스피커로 B&W의 800 D3. 파워앰프 MC901과 800 D3는 오디오퀘스트의 바이와이어링 스피커케이블 Thunderbird Zero, Bass를 이용했다. 제로는 중고역 유닛 드라이빙 용이므로 MC901의 진공관 앰프 출력 커넥터에, 베이스는 저역 유닛 드라이빙 용이므로 MC901의 솔리드 앰프 출력 커넥터에 연결했다.

프리앰프 C1100과 모노블록 파워앰프 MC901은 오디오퀘스트의 Earth XLR 인터케이블을 썼다. 물론 위에서 말한 대로 MC901의 컴포지트 입력단에 연결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300Hz, 게인 값은 진공관 앰프, 솔리드 앰프 모두 0을 선택했다. 따라서 MC901은 300Hz 이상의 신호는 29dB 원 게인 값(8옴 시) 그대로 진공관 앰프를 통해 출력시키고 300Hz 이하 신호는 역시 29dB 원 게인 값(8옴 시) 그대로 솔리드 앰프를 통해 출력시키게 된다. 린 카주 앱을 통해 주로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과 NAS 음원을 들었다.

 

Diana Krall – I’ve Got You Under My Skin
Live In Paris

플루트, 하프, 바이올린, 어쿠스틱 기타가 차례대로 점잖고 차분하게 등장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300W, 600W 정도 되는 대출력 앰프를 들어보면 일단 나대거나 악을 쓰지 않는다. 헤드룸이 충분한 덕이다. 바이앰핑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했겠지만 각 대역의 음들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무대를 휘저으며 음상은 무대에 정확하게 맺힌다는 인상. 드럼 연주의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유난히 잘 관찰되는 것을 보면 바이앰핑의 첫 번째 덕목은 역시 디테일과 해상력의 증가다. 800 D3 우퍼 2발의 움직임에 따른 역기전력이 중고역 유닛에 영향을 주지 않는 덕분이다.

여기서 다시 짚고 넘어가 보자. 바이앰핑(bi-amping)은 2개 스피커케이블이 각각 스피커 중고역 유닛과 저역 유닛에 점퍼선 없이 물리는 것은 바이와이어링(bi-wiring)과 동일하지만, 앰프도 중고역용과 저역용, 2채널이 동원되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저역 우퍼에서 발생하는 역기전력(counter electromotive force)으로 인한 폐해도 싱글 와이어링은 물론 바이와이어링 때보다 더 크게 줄일 수 있다.

싱글 와이어링은 중고역과 저역을 한 신호선(+)에서 동시에 보내기 때문에 역기전력 피해가 가장 크고, 바이와이어링은 싱글 와이어링보다는 역기전력 차단 효과가 높지만 역기전력이 결국 케이블을 타고 ‘원 채널’ 앰프로 들어가기 때문에 바이앰핑보다는 그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바이와이어링이나 바이앰핑 모두 스피커 내장 네트워크 회로(중고역, 저역)를 통과하지만, 스피커케이블의 리턴선(-)이 중고역과 저역으로 나뉜다는 점에서 싱글 와이어링과 다르다.

다시 곡에 집중해보면, 역기전력이 사라진 덕에 각 대역의 표현력이 좋아지고 덩달아 톤 밸런스도 그냥 모노블록 파워앰프에 물렸을 때보다 훨씬 나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음상의 포커싱이 잘 이뤄지고 무대가 탁 트이는 것은 웰메이드 모노블록 파워앰프의 특권. 시청 내내 800 D3가 순한 양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600W 솔리드 대출력이 300Hz 이하만을 커버한 덕분으로 보인다. 진공관 앰프에 물린 중고역인데도 음색이나 소릿결이 하늘하늘하거나 얇지 않은 것은 역시 KT88 진공관의 물성 때문일 것이다.

 

Michael Rabin, Felix Slatkin, The Hollywood Bowl Symphony Orchestra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The Magic Bow

마이클 라빈이 연주한 바이올린의 질감이 평소와는 크게 다르다. 심하게 말하면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귀에 찰싹 달라붙고, 그 소릿결 자체는 비할 데 없이 투명하고 깨끗하다. 바이올린 뒤에서 낮게 깔리는 오케스트라 반주는 음 하나하나를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 마침 이 곡은 전날 LP 시스템으로도 들었었는데, 그에 버금가는 질감과 향이 이 스트리밍 음원에서도 구현된다. 이처럼 바이올린의 고음이 두드러진 것은 진공관 앰프의 전매특허이기도 하지만, 유니티 커플드 회로를 통해 출력 임피던스와 누설 인덕턴스를 크게 줄인 효과로 봄이 옳다. 또한 전체적으로 배경의 정숙도, 음이 멈췄을 때의 적막감이 도드라지는데, 이는 쿼드 밸런스 회로를 통해 플로어 노이즈를 낮춘 덕분으로 보인다. 음들이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올 때도 막힘이나 주저함이 없는 것은 전원부까지 철저히 분리시킨 듀얼 모노 구조 덕분. 스피커 유닛 진동판이 움직여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악기에서 나오는 음처럼 들렸다는 점도 꼭 밝혀두고 싶다.

 

2 Cellos – Mombasa from Inception
Celloverse

무대에 갑자기 나타난 두 첼로의 존재감과 선명한 윤곽선, 탄력 넘치는 파워, 극도의 해상력에 정신이 번쩍 난다. 이 정도 되는 음과 무대가 정말 스피커 유닛에서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진동판이 움직여 나오는 진동음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정보량이 많고 다채로운 것이다. 맞다. 색채감의 증가 역시 바이앰핑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중 하나다. 중고역은 증폭의 리니어리티가 좋은 진공관에 맡기고, 저역은 파워에서 앞서는 트랜지스터에 맡긴 덕분에 800 D3 우퍼는 처음부터 그냥 고분고분, 그 자체다. 단단하고 빠른 저역, 시청실을 가득 채운 저역의 음수. 800 D3 우퍼 2발이 앰프가 약하면 꿈쩍도 안 하거나 뒤틀린 음을 내주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에 지금 이 광경이 더욱 놀랍다. 이어 들은 애니멀스의 ‘House of the Rising Sun’은 보컬의 날이 바짝 서있으면서도 건조하거나 까칠하지 않았고, 램 오브 갓의 ‘Ashes of the Wake’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파워감이 작렬했다.

 

Gregory Porter – When Love Was King
Liquid Spirit

그레고리 포터가 바로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현장감을 방해하는 플로어 노이즈가 바이앰핑과 유니티 커플드 회로, 쿼드 밸런스 회로를 통해 말끔히 씻긴 덕분이다. 한편에서는 피아노와 베이스 연주의 마이크로 다이내믹스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각 악기의 음상은 섞이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진공관이 중고역에만 집중하니 그레고리 포터의 목소리는 위로 더욱 쭉쭉 뻗는다. 이어 크리스 존스의 ‘No Sanctuary Here’를 들어보면 처음 나오는 기타 음이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묵직하고 단단하다. 선도 자체도 여느 때와 다르다. 순간순간 들려오는 기타 현과 손가락의 마찰음에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 어느 음 하나라도 소홀히 다루거나 대충 넘어가지 않는 모습은 감탄스럽기 짝이 없다. 곡을 들으면 들을수록 LP를 듣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핑크의 ‘This Is The Thing’은 음이 보컬과 악기에서 뛰쳐나오는 처음 출발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듯했다. 단언컨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음이 나왔다.

 

총평

지난해 말 MC901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심 기대가 컸다. 진공관 앰프와 솔리드 앰프를 한 섀시에 담아 바이앰핑을 할 수 있는 모노블록 파워앰프인데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앰프에서 나눌 수 있어 솔깃했다. 물론 내장 크로스오버가 있는 스피커에 물리면 어쩔 수 없이 스피커 네트워크 회로상의 하이패스 필터(중고역)와 로우패스 필터(저역)를 거쳐야 하지만, 미리 중고역과 저역 주파수를 나눠주면 그만큼 네트워크 회로에 대한 부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300Hz를 기준으로 바이앰핑을 나눠 한 MC901과, 평소 필자가 집에서 시도하는 풀 주파수 바이앰핑의 소릿결이 달랐다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아예 네트워크 회로 없이 풀레인지(중고역)와 우퍼(저역)를 각각 MC901로 바이앰핑하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MC901은 이렇게 ‘진공관 앰프 = 중고역, 솔리드 앰프 = 저역’ 구동이라는 큰 틀에 유니티 커플드 회로, 쿼드 밸런스 회로, 오토포머라는 매킨토시 앰프 설계의 시그니처를 듬뿍 담아냈다. KT88을 채널당 8개씩 동원, 푸시풀 구동해 300W를 얻고, 고전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역시 푸시풀 구동해 600W를 얻는 매킨토시 특유의 대출력 설계도 MC901의 음과 무대 만들기에 크게 한몫했다. 여기에 매킨토시 블루 표시창과 연녹색 매킨토시 로고, 크롬처럼 빛나는 전면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 섀시 양옆 뒤에 펼쳐진 방열핀의 존재는 보는 눈맛마저 좋게 한다. 대단한 브랜드의 대단한 앰프라고 생각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출처: Hifi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