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와 함께해온 30년, 그래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황병준 감독 인터뷰

AV 플라자는 B&W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4 출시에 맞춰 특별한 공간을 찾았습니다. 그래미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마스터링 엔지니어이자 음악감독인 황병준 대표님의 인터뷰를 준비하였습니다. 황병준 감독님은 사운드미러 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4로 스튜디오의 스피커를 모두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사운드미러 황병준 감독 인터뷰 영상

사운드미러 황병준 감독 인터뷰 영상

코난 | 안녕하세요. 감독님 반갑습니다. 먼저 유튜브 구독자 분들께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황병준 |
안녕하세요. 저는 2000년부터 양재동에서 사운드미러 코리아라는 레코딩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현장 녹음, 필드레코딩, 교회나 공연장 같은 야외 녹음을 즐겨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녹음도 하고 있습니다. 믹싱부터 마스터링까지 모두 합니다.


코난 | B&W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4를 새롭게 영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첫 인상, 첫 느낌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황병준 | B&W는 사운드미러 본사에 근무할 때부터 사용했습니다. 사운드미러 본사 역시 B&W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었고, 매트릭스부터 노틸러스까지 지금까지 30년 정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신형 800 시리즈 D4를 일주일정도 들어보니 800 시리즈 D2에서 D3로 바뀌던 당시와 그 방향은 비슷하면서도 그 정도에 가까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훨씬 더 좋아졌죠. 제가 들어보니 전체적으로 작업하기 굉장히 편하고 디테일이 더 잘 들려서 판단하기 빠르게 변한 거 같아요.


코난 | 모니터링 환경에서는 D3 보다 훨씬 더 청취하기 좋은 발전이 있었다는 거죠?

황병준 | 그렇죠. 제가 프로세싱을 하잖아요. EQ를 건다든가 컴프레서를 먹인다든가 리미터를 건다든가 리버브를 넣는다든가… 그러면 훨씬 표시가 더 잘 나고요. 저는 평소에도 많은 음악을 오랜 시간 듣습니다. 적게는 7~8시간에서 많게는 10시간 이상씩 듣는데 항상 듣던 음악들이 또 안 들리던 부분들이 들리는 거죠. 제가 자세히 스펙 등은 자세히 읽어보지 못했지만, 디자인도 엄청 예뻐져서 마음에 들고 소리는 전작에 비해 너무 많이 좋아졌어요.


코난 | B&W 오래 사용해오신 엔지니어로서, B&W를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황병준 | 가장 현장을 잘 살리면서도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건 간접 경험이기 때문에 현장보다 더 리얼하고 더 크다고 해야 되나? 전반적으로 더 멋있고 우아하게 들리는 게 녹음의 목표거든요. 현장감을 살리지만 거기서 멈추면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쇳덩어리 두 개 있는데 거기서 상상이 안 되잖아요. 훨씬 더 현장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음악가가 생각하는 것들을 가장 부합시키고 잘 표현해 주고 그걸 할 수 있는 그런 스피커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B&W가 굉장히 메리트가 있는 거 같아요.


코난 | 스튜디오의 시스템은 일반 홈오디오 랑은 많이 다른 시스템인데 전체 시스템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황병준 | 저희는 속도나 어떤 어떤 톤 같은 것들이 저희가 작업하기 편한 장비를 중심으로 꾸리고 있습니다. 보시면 하이엔드 오디오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장비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프로장비 중에서도 하이엔디한 성격을 가진 제품입니다. 하이엔디하다는 게 오해하시면 안 되는게 어떤 특정 주파수 대역을 부스트하는 그런 장비가 아니고요. 전대역이 플랫하게 나오는 스펙상으로도 그렇고 소리를 들었을 때도 그렇고 그런 장비들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메인 스피커는 B&W 801 D4, 센터는 B&W 802 D4, 서라운드는 B&W 804 D4를 사용합니다. 파워앰프는 저희가 꽤 오랫동안 써 온 게 브리카스티 M28인데요. 저 제품은 처음에 출시됐을 때부터 바로 저희가 한국에 출시 되기 전에 미국에서 바로 공수 받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걸로 바이앰핑으로 연결합니다. 패시브 바이앰핑이라고 하죠. 프리앰프에서 크로스오버를 거치지 않고 두 갈래로 Y자로 갈라서 파워앰프 두 개 끼워서 쓰고 있죠. M28을 바이앰핑 하는 곳은 잘 없을 거예요. 프리앰프는 SPL, DAC는 코드 데이브와 M 스케일러를 사용합니다.


코난 | M 스케일러를 스튜디오에서 직접 쓰실 줄은 몰랐어요. 엔지니어로서 M 스케일러의 사용소감은 어떠셨나요?

황병준 | 기본적으로 음악하시는 프로듀서 엔지니어들 그리고 작곡가들이 너무 좋아해요. 말하자면 자기가 표현하려고 하는 음악의 에너지감이라든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훨씬 더 잘 나온다는 거예요. M 스케일러 거쳐서 D/A 컨버젼을 했을 때, 그래서 저희가 듣는 단에도 엠스케일러를 달아주면 아마 확 더 놀라지 않을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코난 | 일반적인 모노블럭 세팅이랑 바이앰핑 세팅이랑 청감상 차이가 어느 정도일까요?

황병준 | 차이가 분명히 있고요. 뭐라고 말해야 될까 밀도감이라고 해야 되나요 에너지감? 소리가 이렇게 어떤 벽 전체에서 쏟아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죠. 바이앰핑, 트라이앰핑 이런 것들을 하면 그래서 오디오 프로페셔널들은 액티브 스피커를 많이 써요. 그러니까 소리가 밀도감이라든가 기본적으로 조금 더 스케일이 크게 들리죠.


코난 | 오랫동안 B&W 사용하시면서 B&W의 운용 팁 이랄까? 이런 게 있을까요?

황병준 | 이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데요. 일단 공간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제가 오디오 쇼를 가도 그렇고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드신 오디오샵을 가 봐도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너무 훌륭하죠. 저희 스튜디오보다 훨씬 더 예쁘고 멋있고 우아한데 소리는 별로인 경우가 많아요.

기본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사운드는 복잡한 게 아니고요. 레코딩된 그대로 어디가 튀어나오거나 들어가거나 억눌리거나 그게 프리퀀시 레인지 주파수 대역도 마찬가지고 어떤 라우드니스나 어택 같은게 나왔을 때 그걸 컴프레션되지 않고 눌리지 않고 쑥쑥 있는 그대로 뽑아내는 스피커나 앰프나 이런 장비들이 필요하지만 또 그걸 아무리 그렇게 좋게 나오더라도 이 공간 안에서 존재하거든요. 그러니까 그 공간이 없는 프리 필드에서는 좋은 소리가 나기 어렵죠. 일반적인 방이 육면체 비슷하게 생겼잖아요? 육면체가 되면 스탠딩 웨이브 베이스 모드가 3개~4개 생기는데 그게 엄청 부스트나 딥이 되면 베이스만 문제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소리란 건 음향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어떤 게 튀어나오면 어떤 게 들어가고 그렇게 되기 때문에 그걸 컨트롤 못 하면 아무리 비싼 스피커를 사거나 그래봐야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렵죠. 방에 큰 스피커를 들이는 건 좋은데 크기가 안되면 플로어 스탠딩 중에 제일 작은 804 D4나 805 D4 그런 것들이 훨씬 더 소리가 좋을 수 있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는 무조건 비싸고 와이드하고 그런 게 아니라 밸런스가 맞아야 되거든요. 그래서 스피커 운용하실 때 가급적이면 오디오를 가급적이면 가운데 안 두시는 게 좋아요. 뎁스가 훨씬 덜 느껴져요. 가운데 TV 놓고 그러면 사실 가운데 뎁스를 듣기 힘들거든요. 뒷 벽과 옆 벽에서 최대한 뗄 수 있는 만큼 많이 떼야 되요.


코난 | 감독님은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받으셨잖아요? 그때 작업하셨던 앨범들에 대해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황병준 | 첫 번째 음반은 낙소스에서 나온 엘머 갠트리(Elmer Gantry)라는 오페라에요. 로버트 알드리지라는 지금도 살아 계시는 60대 작곡가 작품인데, 밀키워에 있는 플로렌타인 오페라에서 실황공연 했었구요. 그때 그 음반으로 2012년 베스트 엔지니어상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에 2016년에는 베스트 엔지니어와 합창상에 노미네이션됐는데, 엔지니어상은 제가 못 받았고 합창상을 받았습니다. 그건 라흐마니노프의 철야 기도. 캔사스시티 코랄과 피닉스 코랄, 찰스 브러피(Charles Bruffy)가 지휘했죠. 음악성이 너무 좋은 앨범이며 서라운드 SACD로 발매되었습니다.

코난 | 녹음 오랫동안 하시면서 뭔가 음향 쪽이라든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랄까? 이런 게 있을까요?

황병준 | 뭐 별 일이 다 있죠 예 재밌는 일들이 많은데요. 얼마전 경주박물관에서 전화가 와서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작업을 했는데요. 소위 말하는 에밀레종, 성덕대왕 신종이 경주박물관 마당에 있어요. 옛날에 세종문화회관 가면 공연 시작 전에 에밀레 종소리 틀어주잖아요? 옛날에 김벌래 선생님이 녹음하신 거. 그래서 이번에 코로나 시점에 사람들이 박물관에 못 들어오니까 종 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제 뭔가 박물관에서 성덕대왕 신종으로 뭘 해야겠는데 생각을 해 보니 이참에 사람들이 안 들어올 때 조용하니까 제대로 녹음을 해 보자. 그래서 작년에 한번 올해 한번 녹음을 했고 올해 두 번째 했습니다.

그 주변이 기차도 지나다니고 소위 말하는 산업도로 있죠.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길인 거에요. 그러니까 작년에 우리가 녹음을 해 보니 새벽 두 시 반 부터 세 시 반까지 녹음했거든요. 그런데 이 종을 안 친지가 10여년 됐어요. 왜냐하면 이게 계속 야외에 있다 보니까 이번에 녹음하면서 느꼈는데 바다가 가깝잖아요. 안개가 완전히 비처럼 오는거예요. 두 시간 밖에 있었는데도 장비가 다 젖었더라구요. 종이 엄청 부식되서 혹시 잘 못 치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종을 못 치게 한 거예요. 너무 슬픈 거죠 천 년을 넘게 버텨오면서 사람들이 염원을 담은 종인데… 사람들이 기도하고 그랬을거 아니에요? 10여년 못 치다가 이제 친다고 하면 사람들이 엄청 몰려올 거라서 몰래 쳐야 되는 거예요 아니면 녹음을 못 해요. 비밀작전으로 언론에도 전혀 안 뿌리고 치고 나서 쳤다고 할려고 했는데 종을 열 몇 번 쳤었거든요 작년에 차가 막 지나가다가 2시 반 넘어가면 기차도 끊어지는데 화물차는 또 새벽에 다니고, 그걸 피해서 이제 조용해졌다 싶으면 딱 치면 또 소리가 나고 너무 힘들었어요.

또 문제는 뭐냐하면 깨질 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담당하시는 분들이 타종하시는 보신각 종 치는 분을 모셨는데 아무나 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절대 세게 치면 안된다. 맞을 때 합이 있어야 되고 직각으로 잘 맞아야 되고 그런 게 있어요. 너무 세게 치면 안된다. 근데 이게 종은 세게 안 치면 특히 성덕대왕 신종은 제가 안에도 들어가 봤거든요. 종 두께가 엄청 두꺼워요 제일 두꺼운 데가 20cm가 넘거든요. 제가 정확히 기억은 못 하는데 수십 톤 되요(19.8t). 이게 매달려 있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이 종이 살살 치면 전혀 안 울어요. 제가 할 때마다 계속 나가서 더 세게 더 세게를 외쳤거든요. 주변 소음이 클수록 더 세게 쳐 줘야, 말하자면 Signal to Noise Ratio가 올라가서 소음을 이길 수 있잖아요. 살살 치면 소음이 더 큰 거에요. 그런 일이 있었고 또 외부인은 차단했지만 음향연구 하시는 분들을 초대하셔서 열 댓명 오시고 박물관 직원들이 다 퇴근 안 하고 같이 밤을 샜어요. 그 소리를 듣고 싶어서…

지난 번에는 열 몇번을 쳤는데 딱 두 개 건졌어요. 그리고 딜레이가 엄청 길어서 우리나라 종은 세게 치면 3~4분 가거든요. 그런데 30초만 지나면 이제 주변 소음이 더 커요. 그래서 편집할 때 그 정도로 끊어야 됐었고, 다행히 이번에는 종을 좀 세게 쳤어요. 제가 계속 요청을 했거든요. 이거 만약 종을 더 이상 못 치면 우리 후손들은 이렇게 밋밋한 종소리가 에밀레종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이거 안 된다. 칠 때마다 빌었는데 정말 세게 치신 거예요. 우리 후손한테 제대로 된 이머시브 사운드로 전해주고 싶습니다. 녹음은 DSD 256으로 했고 아마 좋을 겁니다. 여기 파일도 있는데 저도 아직 못 들어봤어요.


코난 | 마지막으로 사실 현장음과 재생음을 다 다루시잖아요. 이런 전체 분야를 다 다루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오디오 매니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를 거고 그래서 엔지니어로서 오디오 매니아들 앨범 최종 작업이 끝난 마스터 음원을 즐기는 오디오 매니아들한테 어떤 조언이랄까요?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황병준 | 예술작품이라는 건 전부 작가의 손을 떠나면 해석이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자유도가 있는 건 너무 좋죠. 근데 이제 저희가 바라는 것들은 어떤 거냐 하면 말하자면 저희가 프로덕션 단계에서 기본적으로 음악가, 작곡가, 연주자, 엔지니어 프로듀서 이런 사람들이 협업에서 음원을 만들잖아요. 그 음원을 만드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소리를 들었을까? 스튜디오에서 최종 작업을 할 때 계속 거쳐오면서 녹음 믹싱 편집 마스터링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음악가가 자기 생각과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기준이 된다고 저희는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부합하는 재생 시스템이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쯤은 레코딩 스튜디오 엔지니어 프로듀서 최종단에서 어떤 식의 소리를 어떤 퀄리티로 듣는지? 어떤 장비를 쓰는지 왜 쓰는지? 그런 관심이 있으시면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면 훨씬 더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음악적 의도도 있겠지만 음향적 의도들 그런 차원에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쓰는 장비들을 바라보시는 것도 괜찮구요.

오디오 취미라는 게 굉장히 기쁨을 주고 너무너무 행복하게 하죠. 어떤 때는 엄청나게 좌절감도 주고 후회도 하고… 좀 전에 제가 모니터링 룸 말씀드렸는데 룸에 맞는 오디오가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너무 아깝죠 오디오는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그 룸이 좋지 않으면 일단 컴포넌트 매칭이나 스피커 선정도 중요하지만 그걸 다 수용할 수 있는 어쿠스틱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코난 |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