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 D′Agostino Momentum HD Preamplifier – 시스템을 지휘하는 독보적 카리스마

왜 프리앰프인가


스티브 잡스의 삶을 다룬 영화 [스티브 잡스]에서 스티브 워즈니악이 그에게 항의한다. 당신이 할 줄 아는 게 뭐냐고. 개발은 엔지니어가 하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는데 당신은 하는 게 무엇이냐고. 스티브 잡스는 대답한다. 당신들은 그저 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에 불과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열심히 연주하는 뛰어난 연주자다. 하지만 나는 연주자를 연주하는 사람, 바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존재라고.

프리앰프는 오디오 시스템의 지휘자라고 할 수 있다. 전단에 있는 소스 기기 그리고 후단에 있는 파워앰프 사이에서 신호를 조율한다. 증폭 기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입력된 신호를 각 입력 단에서 조율하며 필요한 경우 입력 감도나 게인을 조정할 수도 있으면 좋다. 한때 프리앰프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은 그런 사람들마저도 프리앰프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말을 바꾸고 있다. 구력이란 건 이렇게 시간이 지나며 켜켜이 쌓이는 경험에서 나온다.

전원부에 관해 나는 항상 분리형을 선호한다. 아주 미세한 신호를 증폭해 파워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전원부 품질이 음질에 커다란 요소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출력만 하는 소스 기기와 아날로그 입력만 받는 파워앰프에 비해 프리앰프는 입력과 출력이 모두 다양하게 구비된 컴포넌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프리를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간 단계에 있는 프리앰프는 그래서 입력과 출력 임피던스의 영향도 지대하다. 과거 마크 레빈슨이 자신이 만든 MLAS를 떠나 브랜드 첼로를 만든 후 제작한 것 중 가장 충격적인 제품이 1 메가 옴 프리앰프였다. 입력 임피던스가 높고 출력 임피던스가 최대한 낮은 이상적인 프리앰프. 그것이 현대 하이엔드 프리앰프의 시초였다.

 


단 하나의 프리앰프

댄 다고스티노 Momentum 프리앰프를 개선해 발표한 Momentum HD를 보니 이제 프리앰프 쪽에선 탑 클래스에 올랐다는 느낌이다. FET를 사용해 풀 디스크리트, 풀 밸런스 방식으로 설계한 이 프리앰프의 입력 임피던스는 가볍게 1메가 옴을 넘어선다. 전원부는 분리되어 있으며 피드백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브레게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전면 디스플레이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파워앰프를 잘 만드는 메이커는 많다. 하지만 프리앰프를 잘 만드는 메이커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기존 제품도 마찬가지였지만 댄 다고스티노의 프리앰프를 리뷰하면서 개인적으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프리앰프의 덕목을 두루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원부 분리, 미세한 스텝으로 움직이는 볼륨 조정폭 그리고 음질적 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좌/우 분리도와 다이내믹스, 1메가 옴이 넘어서는 입력 임피던스는 그 어떤 신호도 넉넉히 담아낼 수 있는 거대한 음악 신호의 입구를 악어의 입처럼 열어젖히고 있다.

 


모멘텀 HD 프리앰프

모멘텀 HD 프리앰프는 기존의 모멘텀 프리앰프를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기존의 모멘텀을 리뷰해본 적이 있어 왜 HD까지 필요한지 궁금했는데 이번 HD 버전은 기존 버전의 단점을 수정했다기보다는 그 퍼포먼스를 더욱더 극단까지 끌어올린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이번 HD 버전은 블루투스 방식 리모컨을 사용하고 있어 리모컨 사용이 좀 더 편리해진 점이 눈에 띈다.

겉모습은 언뜻 보기에도 거의 동일하다. 아니 거의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내부 설계에서 상당히 많은 변화들이 감지된다. 그것도 음질에 관해 크게 관여하는 부분에 대해 여러 업그레이드가 있다. 우선 이 앰프는 원래 소스 기기에서 전달받은 음원과 사람의 귀 사이에 단 하나의 저항만을 통한 볼륨 컨트롤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정밀한 볼륨 컨트롤을 통해 어떤 음원 정보의 손실이나 왜곡도 방지하고 있다. 피드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풀 디스크리트, 밸런스 방식으로 설계한 것도 그 이유. 하지만 프리앰프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볼륨에서 기존보다 더 많은 볼륨 스텝을 가지도록 했다.

또 하나는 전원부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몸체 같지만 앰프의 받침대처럼 보이는 하단 베이스가 이 프리앰프의 전원부로서 신호 전송 경로에 전원 관련 노이즈가 간섭하는 현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더불어 프리앰프의 증폭부와 컨트롤 부분에 별도의 전원부를 설계해 각 부분에 최적화된 전원을 공급하도록 했다.

이번 HD 버전에선 오리지널 모멘텀 프리보다 메인 전원 트랜스포머의 용량을 33% 더 증가시켜 더욱더 여유롭고 흔들림 없는 전원공급을 꾀하고 있다. 또한 이 전원부 내부엔 필터를 내장시켜 인입되는 AC 전원에서 DC 또는 비균질 전원 파형이나 RF 노이즈 등을 필터링하게끔 설계했다. 본체 증폭부 및 전원부의 분리 그리고 전원부 확장 및 필터링 시스템, 각 입력단에 대한 완벽한 분리 설계 및 절연, 차폐 등에선 혀를 내두를 정도의 완벽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

 


셋업

모멘텀 HD 프리앰프는 입력 및 출력 모두 XLR 단자만 지원한다. RCA 출력만 있는 기기에선 별도의 어댑터나 RCA->XLR 케이블을 특주해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입력단은 총 여섯 조. 그리고 출력단은 두 조를 마련해놓고 있어 풍부하며 바이패스 입력이 있어 홈시어터 시스템과 연동도 편리하다.

매우 심플한 디자인 같지만 모멘텀 HD 프리앰프는 최소한의 편의 기능을 갖추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위상 변환 기능은 XLR 핀 배열이 다른 소스 기기 사용 시 편리하다. 좌/우 채널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는데 리모컨에서만 조정이 가능하므로 세팅 시 꼭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특이한 건 최근 미국이 유럽 하이엔드 프리앰프에선 음질 저하를 이유로 좀처럼 설계해놓지 않는 톤 컨트롤 기능의 탑재다. 댄 다고스티노도 이를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 터. 모멘텀 HD 프리앰프에선 고역의 경우 약 7kHz에서 8kHz, 저역의 경우 50Hz에서 60HZ 사이에서 변화를 주는 기능이다. 광범위한 대역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할 때 세밀한 조정을 할 수 있는 톤 컨트롤로서 음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미세 조정이 가능한 것은 커다란 매력이다.

실제 시청에선 모두 디폴트 상태로 세팅하고 파워앰프는 모멘텀 400 모노 블록 파워앰프 그리고 전단에 린 클라이맥스 DS3를 배치했다. 전원 케이블은 오디오퀘스트 토네이도, 나이아가라 등 레퍼런스급 제품을 사용했고 인터로는 오디오퀘스트 워터, 어스 등을 사용했다. 한편 스피커는 B&W 800D3를 셋업했고 스피커 케이블로 윌리엄 텔을 사용해 바이와이어링 방식으로 결선했다. 시청 공간은 공식 수입원인 로이코 시청실에서 진행했다.

 


퍼포먼스


Livingston Taylor – Isn’t She Lovely
 Ink

 댄 다고스티노의 프리앰프에 대한 철학은 대단히 명쾌하다. 그 어떤 소리에 대한 가감도 없이 매우 투명한 우주 같은 캔버스를 무대 뒤에 펼쳐놓고 음의 입자가 마음껏 뛰어놀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리빙스턴 테일러의 ‘Isn’t she lovely’를 들어보면 보컬은 당연하다는 듯 매우 정교한 필치로 그려 넣은 듯 중앙 후방에 자리한다. 휘파람 소리 그리고 보컬이 시작되는 부분 등에서 앞으로 나갈 때와 뒤로 조용히 물러날 때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 정밀한 전/후 심도를 표현한다. 특히 휘파람 소리는 시스템의 미세 다이내믹스를 알아보기 좋은데 강, 약 조절 폭이 아주 세밀하게 조정되면서 에너지의 세기가 완벽히 대비되어 실체감이 굉장하다.

 


손성제 , 김율희 , 정수욱 , 서수진(SooJin Suh) – 갈까부다
 Near East Quartet

 모멘텀 M400과 함께 만들어내는 소리의 밝기는 마치 실내조명의 조도를 올린 듯 밝고 푸르른 색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아주 작은 볼륨에서도 계조 표현은 탈색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 기존 모멘텀 프리앰프보다 이런 작은 볼륨에서의 입자 표현이 더 극단적으로 상승한 듯하다. 예를 들어 니어 이스트 쿼텟의 ‘갈까부다’같은 곡에서 모멘텀 HD 프리앰프는 적막한 배경 위에 세필로 그림을 그려 넣듯 입자를 뿌린다. 하지만 그 무대 폭은 매우 넓고 쾌활한 움직임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소스 기기에서 끌어당긴 음악 신호의 정보량을 최대한 끌어내 파워앰프에 있는 힘을 다해 전달하는 느낌이 충만하다.

 


Nils Lofgren – Bass & Drum Intro
 Nils Lofgren Band Live

사실 매우 빠른 반응속도를 통해 민첩한 특성을 가진 광대역 프리앰프는 흔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메가 옴 수준의 입력 임피던스와 완벽에 가까운 전원 관리를 통해 얻은 소리는 단순 초스피드, 광대역 프리앰프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빠른 반응속도와 입체적인 정위감은 그 반대급부로 깊이와 바디감을 잃기 쉬운 것이 사실. 닐스 로프그렌의 ‘Bass & Drum Intro’를 들어보면 모멘텀 HD 프리앰프의 경우 어택의 스피드뿐만 아니라 밀도감 넘치는 펀치력, 저역의 깊이와 패임 정도까지도 뛰어나게 재생해준다. 이런 스피드와 명도를 감안하면 악기들의 표면 질감이 뭉개져 단순히 매끈하게 재생될 것 같지만 무척 신랄하게 표현해낸다.

 


Manfred Honeck,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Symphony No. 3, Op. 55 “Eroica” I. Allegro con brio
 Beethoven: Symphony No 3 “Eroica”; Strauss: Horn Concerto No. 1

프리앰프의 생명 볼륨은 높은 샘플링 레이트의 고해상도 음원에서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레퍼런스 레코딩스에서 발매한 24비트 음원에서 확실히 여타 프리앰프와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더불어 명품 시계의 무브먼트를 연상시키는 볼륨 움직임이 심미적 만족감까지 높여준다. 아주 작은 볼륨에서 큰 볼륨까지 그 어떤 채널 밸런스나 다이내믹스, 스테이징 왜곡이 청감상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모습은 대단하다. 예를 들어 맨프레드 호넥 지휘,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3번 1악장에서 전체 시스템을 휘어잡는 것은 파워앰프 이전에 모멘텀 HD 프리의 공이다. 특히 대음량에서도 정밀한 다이내믹스 폭을 유지하며 소란스럽지 않는 표현력은 그 어떤 스펙으로도 모두 설명하기 힘든 것이다.

 


총평

스피커를 바꾸고 나면 파워앰프부터 새로운 성을 쌓아가는 심정으로 시스템을 재편한다. 그리고 이전에 파워앰프를 교체한다. 하지만 프리앰프에서 막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파워앰프보다 프리앰프를 잘 만드는 메이커가 적기 때문이며 레퍼런스 레벨로 올라가면 단 몇 개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결국은 순정 매칭으로 돌아가곤 한다. 이건 솔직히 말하면 많은 앰프 메이커들이 순정 조합에 최적화시켜 프리앰프를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택에서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가장 애를 먹인 것도 결국은 프리앰프 선택에서였다. 제법 오래된 프리앰프지만 제프 롤랜드 시너지 프리앰프를 대체할 프리앰프를 찾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소스 기기를 운용하다 보면 각 입력단별 게인 조정이나, 위상 조정, 입력/출력 임피던스 매칭 등 프리앰프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시청한 프리앰프 중에서 모멘텀 HD는 최고다. 오래간만에 갖고 싶은 프리앰프가 생겼다. 모멘텀 HD 프리앰프가 당신의 오디오 시스템에 도입되는 순간 독보적 카리스마로 무장한 지휘자 앞에서 나머지 모든 컴포넌트는 복종하게 될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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