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 603 – 올 뉴 B&W, 대중의 품에 안기다

600 프렉탈의 연속성 
 
정삼각형을 쪼개어 만든 시어핀스키 도형을 분해해보면 작은 삼각형이 되풀이되면서 또 다른 삼각형이 만들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 세계의 많은 것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양을 갖춘다. 부분이 계속해서 자기 복제를 거쳐 더 커다란 자신을 형성하는 것. 바로 프랙탈이라고 부른다. 전체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의 규칙적 연속성은 프랙탈의 기본 원리다. 꽃과 구름, 풀과 나무 또는 인간의 혈관과 뇌 구조까지 부분을 통해 전체를 예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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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에도 연속성을 띤 프랙탈 이론은 발견된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1990년대 후반, 밀레니엄을 눈앞에 두고 여러 추측과 예상이 난무하던 시절로 기억된다. 당시 각진 나무통에 페이퍼 콘을 장착한 스피커들이 하이파이 스피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당시였다. 하지만 매우 세련되고 화사한 디자인의 스피커가 B&W에서 출시되었다. 다름 아닌 B&W 최초의 600시리즈 탄생이었다. 당시 B&W가 가장 크게 내세웠던 테크놀로지라면 무엇보다 케블라 콘 기술이었다. 노란색의 케블라 유닛이었다. 모두 블랙 일색의 진동판을 채용하던 당시 짙은 노란색을 미드/베이스 유닛은 마치 미래 밀레니엄을 미리 경험하는 듯한 체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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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DM603은 무척 오래되었고 과거의 기술을 채용한 스피커였다. 그러나 당시 B&W는 당시 플래그십 노틸러스 시리즈의 기술을 엔트리급에 불과한 DM603에 대거 채용했다. 플랫 링 서스펜션을 채용한 트위터 그리고 노틸러스 튜브 로딩의 응용 그리고 무엇보다 케블라 테크놀로지 등이 그 증거들이다. 그리고 이제 B&W 플래그십은 노틸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지나 몇 세대 진화한 800D3 버전으로 거듭났다. 더불어 DM600이나 NT 시리즈는 기억 저편에 머물러있지만 800D3는 새로운 700시리즈 그리고 600시리즈를 잉태하며 과거와 연속성 위에 놓여졌다.  

 
필연적 탄생, B&W 603
1999년 출시된 이후 노틸러스의 기술을 전수받으며 수년간 진화를 거듭했던 B&W의 히트작 DM600 시리즈가 그랬듯 B&W의 새로운 600시리즈는 새로운 패밀리 룩을 선보이고 있다. 요컨대 새로운 600시리즈의 탄생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엔 이젠 노틸러스가 아니라 800D3 플래그십 라인업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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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00시리즈의 신작 중 리뷰를 위해 접한 603은 다름 아닌 800D3에서 보았던 컨티늄(Continuum)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었다. 컨티늄 진동판은 진화한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함께 800D3의 핵심적인 유닛이었고 음질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요소 중 하나였다. 케블라를 제거하고 새로운 컨티늄 미드레인지를 장착하기까지 무려 8년의 개발 기간이 걸렸던 것도 동일 선상에서 해석된다.

B&W 603은 이 새로운 600시리즈 중에서 북셀프 타입 607, 606의 상위 기종으로 600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이며 동시에 유일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다. 키는 985mm에 전면 넓이는 190mm, 길이는 340mm로 늘씬한 중형 톨보이의 모습이다. 마감은 블랙과 화이트 두 종류가 출시되었으며 상당히 고급스러운 표면 마감은 어느 공간에 놓아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05.jpg

그러나 단지 그럴싸한 마감과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엔트리 모델이 아니다. 일단 주파수 대역이 보편적인 ±3dB 기준 조건에서 중간 저역 구간인 48Hz에서 초고역 28kHz를 커버하고 있다. 이런 특성은 엔트리급에 파격적으로 컨티늄 유닛 등 현재 B&W가 가진 최신 기술을 대거 투입한 유닛을 투입한 덕분이다.06.jpg

우선 트위터의 경우 1인치 알루미늄 돔 트위터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는 일명 DDD, 즉 ‘Decoupled Double Dome’ 타입 설계로 28kHz까지 브레이크 업 없이 리니어한 반응 특성을 보인다. 듀얼 레이어로 구성된 알루미늄 진동판은 1차 공진 주파수가 무려 38kHz로 가청영역대 디스토션을 극단적으로 낮추었다. 더불어 이미 700시리즈의 트위터에 적용했던 네오디뮴 자석을 적용하고 돔의 미세 정렬을 통해 시간축 반응 등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최상으로 향상하고 있다. 07.jpg

미드레인지는 아마도 603이 상위 모델로부터 이어받은 최고 수준의 트리클다운 요소라고 할 수 있다. 800D3를 기존 구형 모델과 비교해본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컨티늄 미드레인지는 B&W의 전반적인 음색을 대표하는 중역대를 완벽히 개선했기 때문이다. 기존 케블라보다 훨씬 더 유연한 반응 특성을 갖는 컨티늄 진동판은 매우 급격한 피스톤 운동에서도 공진이 최소화되었다. 이런 특성은 음질에서도 매우 플랫하고 명료한 음질로 화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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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치 트위터와 6인치 컨티늄 FST™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와 더불어 저역을 담당하는 두 개의 우퍼는 6.5인치 구경이다. 페이퍼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으며 중간 저역까지 매우 부드럽고 깊은 저역을 위해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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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의 공칭 임피던스는 8옴이지만 최소 3옴까지 하강하며 능률은 88.5dB로 전통적인 B&W의 고능률을 여전히 지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정리하면 3웨이 4스피커 타입이며 포트를 후면에 배치한 전형적인 저음 반사형(위상 반전형) 플로어스탠딩 설계를 보인다. 다만 과거와 달리 포트를 후방에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B&W 603의 사운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맑고 고운 소리”다. 마치 예전에 국내 피아노 메이커의 TV 광고에서 쓰였던 카피를 떠올리는 소리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소리가 아니다. 로텔 A11 인티앰프와 스포르자토 DP-050EX 스트리머 그리고 몇 가지 미들급 케이블이 전부며 트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우 쉽게 투명하고 고운 소리가 자연스럽고 쉽게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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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B&W의 미덕은 요란법석을 떨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그러나 매우 깊고 집요하게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표준을 걸어간다는 점이다. 불규칙하고 예상 불가능한 이벤트성 모델이나 불필요한 라인업 남발이 거의 없이 한발 한발 현재 구현 가능한 가장 우수한 소리란 무엇인지 그 표준을 제시한다. 그들만의 절대적인 규범이나 규칙은 브리티시 클래식 모니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노틸러스의 출시와 함께 불어온 낙수효과와 하위 라인업의 혁혁한 진화 그리고 이번엔 800D3에 이어 출시 러시에 오른 700 그리고 600시리즈는 시대를 건너 평행한 연속성을 띠고 있다.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는 행보다. 게다가 실제 성능에 있어 과거 엔트리급에 대한 기대 수준을 몇 단계 더 높여주고 있는 603의 성능은 놀랍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드라마틱하게 진화한 B&W는 다시금 대중의 공간에 음악을 담고 찾아와 반갑게 안겼다. 만일 이 가격대 스피커를 고려한다면 위시리스트의 맨 상단에 올려놓길 바란다. 
 
Written by 오디로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 HIFI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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