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 A로 변주한 옥타브 사운드의 정수, 옥타브(Octave) V70 Class A 인티앰프

1960년대에 바침
1960년대 후반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 격동기였다. 반전 운동과 청년 문화는 세계 곳곳에서 사회변혁운동을 일으켰다. 한편으론 불행하고 한편으론 역동적이어서 여러 문화, 대중 예술 운동도 활발했다. 음악계에선 명반들이 다수 태어났다. 1968년 비틀즈는 멤버들의 분열 상태에서 음악적으로 [White] 앨범은 각 멤버들에게 백지위임해 이룩한 음악적 쾌거였다. 같은 해 국내에서는 미국 싸이키델릭 음악의 영향이 짙은 펄 시스터즈의 [님아/커피 한잔] 같은 앨범이 등장했다. 1968년 12월 15일 카네기 홀에선 피아니니스트 호로비츠의 전설적인 공연 실황이 분주한 한 해의 마지막을 감동적으로 마무리했다.


1968년의 어느 날 독일에선 어느 창백한 회사 건물 안에서 호프만 일가가 코일을 감고 트랜스포머를 만들고 있었다. 당시 시대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그렇게. 회사의 이름은 가족의 성을 따 호프만 트랜스포머로 불리던 곳이었다. 이들의 주요 거래처는 초음파 등을 다루는 의료업체 등이었다. 매우 까다로운 사양과 완성도를 충족시켜했음은 물론이다. 독일 정밀공학은 그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혼란스러운 그 시대에 가족의 이름을 걸고 부단히 자신들의 전문분야에 인생을 바쳤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 여느 장인들의 인생이 그렇듯 호프만 트랜스포머의 대표는 아들 안드레아스 호프만에게 회사를 물려준다. 그리고 안드레아스는 호프만 트랜스포머가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 때는 1986년. 새로운 회사의 이름은 옥타브였고 이들은 더 이상 트랜스포머를 납품하는 회사가 아닌 자신들이 만든 트랜스포머를 사용해 최고급 하이엔드 앰프를 만들어내는 메이커로 거듭난다. 1960년대에 바친 기술은 1980년대에 들어 아들의 손을 통해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옥타브
진공관 앰프에서 자체적인 트랜스포머 제작 기술을 갖춘 것은 거의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정밀 기술로 빚어낸 50년 이상의 구력은 단시간에 완성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옥타브는 예상대로 선전했고 현재까지 여러 명기들을 배출하면서 독일은 물론 유럽 진공관 앰프 브랜드 중에서도 탑 클래스에 올랐다. 특히 독일 제품답게 여느 진공관 앰프와 비교해도 확실히 내구성 및 노이즈, 험 등에서 매우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진공관이라고 하면 으레 왜곡이나 SN비, 대역폭 등 사양은 트랜지스터 앰프에 비해 낮되 따스하고 포근한 음질적 특성으로 승부하지만 옥타브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웬만한 트랜지스터 앰프 뺨칠 만큼 낮은 왜곡율과 넓은 대역폭 그리고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추구했다. 그들의 도전을 천천히 그리고 면밀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쥬빌리 300B라는 앰프는 이것은 옥타브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게다가 V16이라는 싱글엔디드 앰프의 탄생은 이제 옥타브의 새로운 세대를 예상하게 만들었다.

 

클래스 A의 세계로

이번에 만난 V70은 그런 옥타브의 면모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인티앰프 중 하나다. 이미 V70이 있고 V70SE라는 제품도 있지만 V70 Class A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 모델 이름처럼 클래스 A 증폭을 하는 진공관 앰프이기 때문이다. 클래스 A 증폭은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소리를 내주어 선호한다. 대신 과도한 열과 전기세는 사용자의 몫이다. 게다가 출력은 적은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이 적고 음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다. 요즘처럼 에너지 효율이 중요시되는 세상에선 홀대받기 십상이지만 음질적으론 여전히 최고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V70 Class A의 경우 클래스 A 증폭 방식을 채택하면서 동시에 푸쉬풀 증폭을 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푸쉬풀 증폭으로 보편적인 클래스 A 증폭률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키면서 동시에 클래스 A 증폭의 장점은 그대로 살렸다는 의미다. 출력은 높이고 거의 짝수차 배음 위주의 곱고 맑은 소리를 재현하겠다는 목표는 이렇게 V70 Class A이라는 앰프로 완성되었다.


이로써 이 자그마한 진공관 인티앰프는 KT120이나 KT150을 출력관으로 사용했을 경우 4옴 기준 정격 50와트, 순간 최대 출력 70와트까지 뿜어낸다. 클래스 A 증폭에 이 정도 규모의 진공관 앰프치곤 상당히 높은 수치로 볼 수 있다. 이런 스펙의 기저엔 다이내믹 바이어스 컨트롤 설계가 숨어 있다. 클래스 A 증폭의 제한적인 출력과 다이내믹 레인지를 바이어스의 동적 조정 회로로 보완한 것. 따라서 이 앰프는 바이어스가 입력 신호에 따라서 자동으로 변화한다. 당연히 별도의 바이어스 측정기를 가지고 일일이 바이어스를 조정해 줄 필요가 없다.


또한 V70 Class A 앰프는 스피커에 따라서, 또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서 자유롭게 출력관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KT120이나 KT150 진공관을 사용할 경우 후면의 ‘파워 셀렉터’를 ‘High’에 두면 되고 KT88이나 6550 진공관을 사용할 땐 ‘Low’ 모드로 선택하면 된다. 단, 후자의 경우 출력은 25와트 수준으로 내려간다. 참고로 출력관 이외에 세 개의 진공관이 앞 열에 늘어서 있는데 ECC83 및 ECC81 등 드라이버 진공관들이다.

 

편의성
옥타브 제품을 한 번이라도 직접 운용해봤다면 여타 앰프들보다 여러 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껴봤을 것이다. 일단 내부에 보호회로가 내장되어 있고 전면에서 이를 인디게이터로 알려준다. 이 외에도 전원 on/off 및 선택된 입력단은 물론 바이어스 이상 유무까지 전면에 마련된 인디게이터로 알려주어 안심이 된다. 물론 V70 Class A에서 바이어스는 동적인 자동 바이어스 방식 설계이므로 출력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확인용 정도다. 더불어 에코 모드가 있어 입력 신호가 없으면 자동으로 꺼지면서 전력을 아껴준다. 홈 시어터 시스템과 연동해서 사용한다면 바이패스 같은 기능도 유용할 것이다.


이번 시청은 V70 Class A에 옵션인 수퍼 블랙박스를 추가한 상태에서 테스트했다. 수퍼 블랙박스는 별도의 전원 장치로서 앰프의 파워 등 성능을 드라마틱 하게 상승시켜주는 장치다. 옵션이어서 망설이게 되지만 한 번 그 차이를 맛보면 절대 빼기 힘든 존재다. 소비자 입장에선 설계자의 이런 옵션 설계가 짓궂게 비치기도 하지만 진공관 교체 외에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은 욕구의 또 다른 출구가 있다는 건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퍼포먼스

김광석 – 이등병의 편지
인생이야기

V70 Class A가 B&W의 신형 702시그니처를 제어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소스 기기로 에어 QX5 Twenty를 사용해 ROON으로 재생했는데 고운 에어의 입자감에 더해 클래스 A 증폭 진공관 앰프가 결합하자 B&W에서 순백의 미음이 나왔다. 802D3로 스피커를 바꾸어도 이런 음결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저역 양감은 조금 빠졌는데 그리 부자연스러운 토널 밸런스는 아니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을 라이브 실황 녹음으로 들었는데 하모니카의 배음 표현 덕분인지 착색이 없고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이 첫인상이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면서도 토널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Freiburger Barockorchester
Bach: Violin Concertos BWV1041-1043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힘찬 바이올린의 동적 움직임이 보인다. 작은 출력의 클래스 A 증폭이라면 조금 여리고 왜소한 동적 움직임에 주로 음색 위주의 퍼포먼스를 보일 거라 생각했지만 푸시풀 증폭하는 본 작은 달랐다. 엉키거나 뭉개지는 부분 없이 각 악기들이 고유의 배음을 뿌리며 자신의 음색을 뽐냈다. 트랜지스터 앰프의 고요한 배경과 SN비에 더해 진공관 앰프의 부드럽고 편안하며 온기 있는 사운드를 보기 좋게 융합한 소리다.

 

Stevie Ray Vaughan And Double Trouble – Tin pan alley
Couldn’t Stand The Weather

저역 움직임 및 그 표정을 알아보기 위해 파트리샤 바버의 ‘Regular pleasure’ 등 몇 곡을 재생해보았다. 특히 스티비 레이 본의 ‘Tin pan alley’에서 중, 저역 움직임이 눈에 띠었는데 802D3의 더블 우퍼 제동에 대한 우려는 거의 사라졌다. 양감은 줄었지만 선명하고 맑으며 비교적 정밀하게 재생해 준다. 옥타브는 진공관 앰프지만 절대 중역에 과도한 에너지가 쏠리지 않고 대역 자체가 무척 넓다. 특정 대역에 힘이 쏠리는 면이 없다보니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토널 밸런스를 만들어내며 섬세하고 우아한 뉘앙스를 풍긴다.

 

John Eliot Gardiner – Cum sancto spiritu
Bach : Mass in B minor, BWV232

하지만 가장 뛰어난 재생음은 보컬이나 합창 등 대부분 보컬 레코딩, 즉 사람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존 엘리언 가디너 지휘로 바흐 ‘Cum sancto spiritu’ 같은 곡을 들어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합창단의 각 성부들이 정확한 옥타브를 사이로 오가며 계단 같은 원근감을 만들어낸다. 맑은 투명도와 깊게 펼쳐지는 전/후 레이어링은 이 앰프가 과연 진공관 앰프인지 의심하게 만들곤 했다. 피로도가 낮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정보량과 입체감을 온전히 끌어올린 옥타브 앰프의 순도가 전체 사운드를 장악했음을 깨달았다.

 

총평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선입관의 장벽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놓기를 즐긴다. 오디오에 대입해보면 트랜지스터는 이래야 하고 진공관 앰프는 이래야 제맛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진공관 앰프도 트랜지스터 앰프처럼 열이 크게 나지 않고 켜두고 외출을 다녀온다고 해도 걱정이 없으면 더 좋을 것이다. 바이패스 입력이 있어 홈 시어터 시스템과 호환도 되고 리모컨으로 조작이 간편하면 그것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다. V70 Class A는 이 모든 것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진공관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동적 바이어스 컨트롤을 통해 마련한 클래스 A 증폭은 그토록 오디오파일이 이상으로 추구하는 음색을 실현하면서도 출력 또한 충분히 확보해주었다. 수퍼 블랙 박스까지 더하면 인티앰프로서는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클래스 A 증폭으로 변주한 옥타브 사운드가 그 가치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출처: Hificlub